충북 교사들 교원평가 폐지 요구 왜?
충북 교사들 교원평가 폐지 요구 왜?
  • 김금란 기자
  • 승인 2023.09.12 1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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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이·보복성·성희롱·인신공격 등 부작용 만연
서술문항 합법적 악플 통로 악용 … 비판 목소리 ↑
첨부용.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교원지위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육기본법 등 교권 보호 4대 입법을 촉구하고 있다. 2023.09.11. /뉴시스
첨부용.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교원지위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육기본법 등 교권 보호 4대 입법을 촉구하고 있다. 2023.09.11. /뉴시스

 

충북지역 교사들이 교원능력개발평가(교원평가) 폐지요구를 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교원평가가 도입 취지와 달리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합법적 악플' 통로로 악용되고 있다는게 폐지요구의 핵심이다.

충북교사노조는 지난 11일 성명을 내고 “충북도교육청은 교권 침해 수단으로 전락한 교원능력개발평가를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충북교사노조는 성명에서 “2010년부터 시행된 교원능력개발평가는 애초 취지와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 깜깜이 평가, 보복성 평가, 성희롱을 비롯한 교사의 외모 평가 등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며 “교원능력개발평가는 시장·경쟁 논리를 교육에 투입하고 학생에게 교사에 대한 평가권을 줌으로써 교육을 시장의 상품으로 전락시킨 잘못 설계된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교육부, 충도교육청에 `교원능력개발평가 폐지 건의서`를 발송하고 교권 회복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신속히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매년 9~11월 시행하는 교원평가는 교사의 학습·생활지도에 대해 5점 점검표(체크리스트)와 자유 서술식 문항으로 평가하는 제도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 학생과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 학부모가 참여한다. 모든 평가는 익명으로 이뤄진다.

교사들이 필요한 역량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로 삼고, 연수와 연계해 교육의 질을 높이고자 교육부가 도입했다. 문제는 평가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점을 악용해 교원평가가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 인신공격 게시판이 됐다는 점이다.

특히 자유 서술식 문항의 경우 `합법적 악플'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교사들 사이에서 적지 않았다.

실제로 지난해 세종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학생이 교원평가를 통해 교사에게 주요 신체 부위를 노골적으로 비하하는 문구를 써 논란이 됐다.

이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교사 6507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교원평가 자유 서술식 문항을 통해 30.8%가 성희롱 등 직접 피해를 본 적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교조가 또 교사들로부터 제보받은 결과 `몸매가 지린다' 등 여성 교사의 외모를 언급한 글이 적지 않았고, `난쟁이 새X' 등의 표현도 눈에 띄었다.

한 학생은 `넌 가 스ㅁ(가슴) 없어서 XX지도 않아'라고 적으면서 입에 담기 어려운 성희롱을 하기도 했고, 다른 학생은 `XX할 때 어떻게 하는지 실제로 실습해 주세요'라며 여러 문장에 걸쳐 노골적인 성희롱을 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교육부는 지난 6월 교원평가 자유 서술식 답변에서 필터링되는 금칙어 목록을 추가하고, 특수기호가 섞인 금칙어도 필터링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했다.

다만 교육부는 당시까지만 해도 학생·학부모의 존치 의견이 적지 않다면서 교원평가 폐지나 자유 서술식 문항 폐지 여부에는 선을 그었다.

그러나 서울 서초구 교사 사망과 그 이후 교사들의 교권 추락에 대한 분노가 표출되고, 이 가운데 하나로 교원평가 폐지에 대한 불만도 분출되면서 3개월 만에 교육부 입장에 변화가 생겼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교권 보호 법안 조속 타결 요청과 관련한 브리핑을 열고 “금년도에는 교원평가 시행을 유예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해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금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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