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노인의 고집
강노인의 고집
  • 김경수 시조시인
  • 승인 2023.09.12 17: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生의 한가운데
김경수 시조시인
김경수 시조시인

 

어느 날 강노인의 언성이 높아져 갔다. 부자지간에 충돌이 일어난 것이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아들인 선오는 아버지 강노인에게 차를 처분하라고 성화였다.

그러는 이유는 차로 인해 수많은 비용이 발생할 뿐 아니라 그 보다는 어쩔 수 없는 나이 탓으로 둔해지는 감각들이 그 자신은 물론 타인에 대한 안전문제가 선오에게는 무엇보다 걱정거리였다.

그럼에도 강노인은 차를 처분하지 않았다. 아니 차가 없으면 발을 묶는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그로인해 그의 자유와 즐거움은 유린되어 감금당했다고 생각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므로 만약에 차가 없어 그것들을 잃는다면 그는 단 하루도 못산다고 결사적으로 외치고 있는 것이었다.

그는 팔십을 훌쩍 넘은 고령의 노인이었다. 사람들은 그가 고집이 하도 세다고 깡노인이라고 불렀다. 얼마나 막무가내 옹고집인지 대충 알 것 같았다. 그러나 그는 그들이 등 뒤에서 던지는 야유와 비웃음 그리고 욕설까지도 귓전에 맴도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전혀 아랑곳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이 그의 인생을 살아주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그는 너네들이 나에 대해 뭘 아느냐는 식이었다.

세상이 아무리 눈치를 주어도 그의 고집은 꺾일 줄 몰랐다. 그렇지만 차는 그의 고집만으로 돈 없이 저절로 굴러가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그의 재산과 수입은 얼마 되지도 않는데 유지비용은 분수를 넘치는 듯 했다. 그는 아들에게 손을 안 벌리고 산다고 사람들에게 큰 소리를 치지만 늘 돈이 궁지로 몰리면 수시로 아들에게 손을 벌리며 살아왔다.

그 날도 그는 선오를 찾아와 차로 인해 발생된 비용을 해결해 달라고 했다가 결국은 부딪치고 만 것이었다. 선오는 강노인에게 차를 처분하면 모든 것을 해결해 주겠다고 말을 하지만 그에게는 어림없는 소리였다.

그는 선오에게 차 없이는 사는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큰 소리로 화를 내며 나가버렸다. 그런 그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선오는 그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저러다가 무슨 일이라도 날까봐 염려스러웠다.

그 또한 이런 사실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는 그대로 차가 없으면 아내와 함께 경치 좋은 곳으로 드라이브를 하며 산책도 즐기고 맛있는 식사를 어찌 나눌 수가 있을까 또한 아내와 함께 수시로 병원 가는 일은 어쩌란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게는 못살 것 같았다. 결국 선오는 어쩔 수 없이 아버지가 원하는대로 모든 것을 해결해 주기로 하였다.

그리고 며칠 후 전화가 걸려왔다. 병원이었다. 강노인이 커브 길에서 핸들을 꺽지 못하고 수렁으로 빠져든 것이었다. 선오는 왠지 후회감이 밀려왔다. 병원으로 달려간 선오는 강노인을 보자마자 차를 처분하자고 당부를 했다. 강노인은 아무 말이 없었다.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하루가 가고 계절이 바뀌고 한해가 가고나면 모든 존재는 변하기 마련이다. 해서 존재와 시간은 불가분의 관계를 맺으면서 존재는 거듭되는 변화 속에서 시간은 흘러간다.

하지만 세월이 가도 젊은 날의 누리던 삶처럼 그대로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 심정을 외면할 수 없겠지만 세월이 어쩔 수 없음을 부인할 수도 없을 것이다. 어찌보면 세상사는 것이 내 맘대로 살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은 것이 세상살이인 것 같아서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