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리판 나라 역사
아사리판 나라 역사
  • 박명식 기자
  • 승인 2023.09.12 16: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무슨 놈의 나라 역사가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고, 내일 달라지는 것인지 아사리판이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일제강점기 때 봉오동 전투 영웅으로 추앙받던 홍범도 장군이 정권이 바뀌면서 공산주의에 동조한 민족의 주적이 됐다.

국방부는 홍 장군이 항일 활동을 한 것은 인정하지만 말년에는 소련 공산당원으로 활동했다는 이유를 들어 육군사관학교에 세워진 그의 동상(흉상)을 치워버리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로 인해 정치권과 사학계가 시끄러워졌고 국민들까지 혼란을 겪고 있다.

국방부는 평생 독립운동사를 연구한 권위자의 논문을 참고한 결정이라고 했다. 물론 잘못된 역사는 고쳐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우리 부모 때부터 자녀들에 이르기까지 지금껏 역사 교과서를 통해 배워 왔던 민족의 영웅이 특정인의 논문 하나로 하루아침에 민족의 주적이 된다는 건 설득력이 없지 않나 싶다.

필자는 역사에 대한 지식이 많이 부족하지만 홍범도 장군에 대한 역사적 가치와 교훈을 어디에다 초점을 두고 조명하느냐에 팩트가 있다고 본다.

홍범도 장군은 대한민국 제1공화국이 수립된 이승만 정권부터 문재인 정권까지 지난 74년간의 모든 정권에서 민족의 영웅으로 조명됐다. 그동안의 대한민국 정권은 홍범도 장군에 대한 역사적 가치와 교훈을 일제로부터의 독립에 초점을 맞췄다. 그런데 이번 정권은 홍 장군이 민주주의자냐 공산주의냐에 대한 정치적 이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제강점기에는 독립운동가이면서 동시에 공산주의자였던 인물들이 많았다. 당시에는 독립운동을 하기 위한 최선의 방편으로 공산주의와 공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확히 따져봐야 할 것은 그 당시 독립운동가들은 일제로부터 독립이 최종 목적이었을 뿐 민주주의 또는 공산주의라는 정치적 이념이 중요치 않았다. 독립군은 우파와 좌파를 가리지 않고 함께 협력해서 일제와 맞서 싸웠다. 홍범도 장군이 아무리 공산주의였다 할지라도 봉오동 전투에서 승전을 올리 수 있었던 것 역시도 이 나라의 독립이 죽기 전 소원이었기 때문으로 보면 같은 맥락이다. 그래서 공산주의를 잣대로 이 나라 독립을 위해 몸숨을 바쳤던 인물들을 이제 와서 평가절하하는 일은 그동안의 정권이 정립해 놓은 역사적 사명까지도 깡그리 무시하는 일이 될 수 있다.

이상하게도 이번 정권은 `일제강점기', `독립', `위안부', `강제징용', `독도', `후쿠시마 핵 오염수' 등 일본과 관련된 단어에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한 홍길동처럼 홍범도 장군을 영웅이라고 말하지 못하고 공산당이라고 말하고 싶어 안달이 난 것처럼 보여진다.

나라를 빼앗겼을 때 수많은 독립투사가 항일전선에 나서 목숨을 바친 것이 후손들에게 물려줄 역사이지 작금의 정치판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이념논쟁을 부추기는 것은 후손들에게 교훈이 되어야 할 역사를 집어삼키는 일이다.

그래서 걱정이다. 혹여나 앞으로 우리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배워야 할 역사 교과서에 `일제가 한반도를 식민화하면서 지금의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있다', `안중근·윤봉길은 국제 테러범이다', `우리 젊은이들에게 강제노동을 시킨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준 것이다', `위안부는 본인들이 돈을 벌기 위해 스스로 자청한 일이다', `독도는 본래 일본 땅이었는데 한국이 불법 점령했다', `후쿠시마 핵 오염수 해양 방류는 과학적으로 매우 안전했다'라는 내용이 수록되지는 않을까 정말 걱정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