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섬 `토바고'
아름다운 섬 `토바고'
  • 전영순 문학평론가
  • 승인 2023.09.12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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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포럼
전영순 문학평론가
전영순 문학평론가

 

나는 카리브해에 위치한 작은 섬나라, 트리니다드토바고의 토바고를 여행하는 중이다. 관광지로, 휴양지로 여행 마니아나 재벌가들에 잘 알려진 곳이라 화려한 눈부심보다는 자연 친화적인 곳이다. 자연과 친밀감을 느끼고 싶다면 카리브해 일대를 추천하고 싶다.

최북단 샬롯 빌에서 킹스 베이 워터폴(King's Bay Waterfall)로 가는 길, 풍경 하나가 예사롭지 않다. 스친 풍경이 머리에 맴돌아 가던 길을 돌렸다. 작은 섬나라의 폭포는 유명한 곳이 아니면 대체로 우리나라 용소와 비슷하다.

가려던 폭포는 생략하고 스쳐 간 풍경을 보러 갔다. 입구부터 예사롭지 않다. 해변 아래 바다가 깊다. 절벽이다. 바라보고 있으면 금방이라도 바다로 뚝 떨어질 것만 같다. 폐쇄된 공간이지만 예전에 번성했던 곳이라는 것을 단정히 핀 꽃들이 말해준다.

안내판에 수차(Speyside Water Wheel)라고 설명하고 있다. 예전에 수력발전소 자리다. 바다의 물을 산꼭대기로 끌어올리던 자리다. 멈춰 있는 기계의 덩치가 어마하게 크다. 수차에 종사한 사람들이 대부분 노예나 죄수였다고 한다. 카리브해 지역이 영국, 스웨덴, 네덜란드, 프랑스 등 식민지였기 때문에 노동력을 보충하려고 계약된 노예나 죄수들을 섬에 데려와 노동을 시켰다. 그들이 생산한 목화나 사탕수수는 지배국으로 보내졌다고 한다. 멈춰 선 수차 앞에서 수백 년 전 피와 땀으로 얼룩진 노동자들의 슬픔을 잠시 읽는다.

그들의 고뇌를 뒤로하고 출출한 허기를 채우러 식당(Jemma's Treehouse)에 들렀다. 식당 이름에서 알다시피 큰 나무가 식당 건물 중앙에 자리하고 있다. 식당은 육지와 바다 경계에 배 모양으로 되어 있는데 나무가 얼마나 큰지 식당 지붕을 뚫고 나가 차일처럼 식당을 덮고 있다. 이곳을 찾는 여행객들에게 나름 유명한 식당으로 알려졌다.

먼저 대서양이 한눈에 들어오는 창가에 앉아 랍스터와 사이드 메뉴를 시켰다. 맛을 음미하며 아주 우아하게 먹었다. 사실 제대로 된 랍스터 요리는 처음 먹어보는 터라 어깨 힘을 좀 줬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포트 킹 조지(Fort King George)로 향했다.

작은 섬이지만 토바고의 역사 아니 카리브해의 역사를 알려면 포트 킹 조지(Fort King George)를 가면 된다. 포트 킹 조지는 언덕에 자리하고 있어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깔끔하게 정비된 정원에 어마어마하게 큰 용이 기어가는 것 같다. 나뭇가지에 나무가 자라고 있다.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아름드리나무가 아니라 죄수들을 감시하던 감옥을 다 덮고도 남는다. 나뭇가지의 위용이 섬뜩할 정도다. 야자수 나무가 즐비한 해변을 향한 대포는 그저 관광객을 위한 장식물에 불과하다. 역사는 흐르고 요새의 흔적은 인간의 욕망이 어디까지 인가를 대변한다. 무력을 앞세운 강대국의 만행이 역사의 흐름 속에 부질없음을 일깨워주는 곳이다.

장기전에 돌입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전을 떠오르게 한다. 전쟁은 인간 욕망의 최악이다. 전쟁은 승자도 패자도 없다. 그저 상처만 남을 뿐이다. 더 이상 희생자가 없도록 하루빨리 종전하기를 기원한다. 여행은 재충전의 시간이기도 하지만 미래를 향한 이정표이기도 하다. 인종과 언어와 삶의 터전이 다른 곳을 여행하면서 낙후된 도시는 미개가 아니라 문명의 속도가 느릴 뿐이다. 우주 아래 새로운 것도 없고 영원한 것도 없다. 여행을 통해 미래 세대를 위해 어떤 역사를 써야 할지 자문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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