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는 교육현장 교사들의 절규
죽어가는 교육현장 교사들의 절규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3.09.11 1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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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평생 교육계에 몸담았던 친구들이 최근 몇 년 사이에 모두 명예 퇴직했다.

안정적인 직장인데 왜 그만둘까 싶었는데 학교가 싫어졌단다. 학생들도 예전 같지 않지만 학교 환경이 교사로서의 임무를 다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도 힘든데 시험처리에 학습지도, 기타 서류업무가 산적하고, 학생과 학부모 민원까지 늘어나면서 교사로서의 한계를 느낀다고도 했다.

가르치는 일을 책임감과 의무감으로 해왔던 친구들의 대답이었기에 교육 현장의 어려움을 조금은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교사들의 잇단 죽음을 보며 교육현장이 두렵기까지 하다. 타인의 시선으로만 봐왔던 배움터 학교는 살벌한 전쟁터였던 것이다.

지난 7월 18일 서울 서이초등학교에서 신규 교사가 악성 민원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어 지난 1일 서울 양천구와 전북에서 초등교사가 투신으로 목숨을 끊었고, 3일에는 용인의 한 고등학교 교사가 숨진 채 발견됐다.

그런가 하면 7일에는 대전에서 학부모 민원에 시달려 온 초등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한 달 반 사이에 교사 6명이 숨지면서 교육계는 물론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세상이 급변하면서 개개인의 이기주의가 팽배해졌다고 하지만 국가의 미래 인재를 책임질 최일선 교사들의 교단은 이처럼 불안하다.

눈앞 현실로 마주한 교육계는 우리나라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되었을까 자조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를 반영하듯 우리의 교육 실태는 참혹하다.

지난 5일 전교조가 녹색병원과 함께 실시한 `교사 직무 관련 마음 건강 실태조사'를 보면 교사들의 우울 증상, 외상 후 스트레스 장해(애), 자살 등의 수치가 일반직업군보다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또한 교사의 16%가 `1년간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고, 4.5%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적이 있다'는 조사결과도 나와 놀라게 했다.

이는 일반인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로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음도 알 수 있다.

폭력에도 안전하지 않다. 학생이 교사에게 폭력을 휘둘렀다는 뉴스는 교사에게 자존감마저 앗아간다.

제자에게 폭행당했다는 수치심과 모멸감, 절망감에 목숨을 끊기도 한다.

언어폭력을 경험했다는 응답자 66.3%에 이른다.

특히 여성 교사들의 언어폭력 피해 비율이 69.3%, 유치원 교사는 76.1%로 여성 교육자들의 안전도 담보하기 어렵다.

더구나 언어적 폭력 피해의 가해자 63.1%가 학부모라는 사실과 신체 폭력 피해는 가해자의 96.5%가 학생이라는 조사이고 보면 교권 추락을 논할 단계도 넘어섰다. 교사들의 극단적 선택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직무환경이 그들을 절벽으로 밀어내는 것이다.

가르치는 일은 천직이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없다는 의미다. 그만큼 사랑으로 아이들을 교육하고 바른 인성의 소유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안내해 주는 이가 교사이기 때문이다.

옛말에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고 했다. 자식을 맡기는 부모의 태도나 자세도 내포한 말이다.

교사들의 잇따른 비보에 수많은 교사가 학교 밖으로 나와 아스팔트에 앉았다.

“우리는 더이상 동료교사를 잃을 수 없다”는 교사들의 절규는 현실적 대안에 대한 요구다. 안전한 학교에서 안전하게 가르치고 안전하게 배우는 교육환경 조성에 국가와 국민이 모두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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