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
하얼빈
  • 김금란 기자
  • 승인 2023.09.11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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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김현숙 괴산교육도서관장
김현숙 괴산교육도서관장

 

`민족의 얼'을 찾으러 중국에 다녀왔다. 충북단재교육연수원의 연수 프로그램으로 옛 고구려의 영토였던 동북3성를 중심으로 연길에서 대련까지 5박6일의 여정이다.

말로만 듣던 대륙의 광활함을 아주 조금 맛보았을 뿐인데 몸은 여기저기 아프지 않은 데가 없다.

가도 가도 끝없는 옥수수밭을 보며 서너 시간 버스를 타야 옆 도시로 갈 수 있는 넓은 땅 위에서도, 고구려의 첫 번째 수도였던 졸본성에 가기 위해 약 1400개의 계단을 올라 내려본 풍경을 바라보며 나는 참 작은 존재임을 느꼈다.

여러 코스 중 마지막에 들른 관동법원과 여순감옥에서 만난 우리 민족의 영웅 `안중근'을 마주하며 드는 마음은 표현하기가 어려웠다.

좁은 감옥, 너덜너덜한 죄수복, 끔찍한 고문 도구들을 바라보며 내 얼굴은 일그러져 갔다. 조국을 위해 목숨을 버릴 수 있는 신념은 어떤 것인가 경외심이 든다. 그분들의 신념으로 지금의 평화와 안녕이 있음에 감사를 드리는 나는 참 미물이다.

비행기에서 `영웅' 영화를 보았다.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마지막 1년을 다룬 동명의 뮤지컬을 토대로 제작되었는데 출연진들의 절절한 연기는 순식 간에 스토리에 집중할 수 있었다. 영화의 음악과 노랫말이 감동을 배로 느끼게 했다.

집에 도착해서는 도서 `하얼빈'(김훈 지음·문학동네)을 꺼내 들었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알고 있었으나 그가 왜 그런 결심을 하게 되었고 거사를 진행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했는지 그 며칠간의 숨 막히는 여정이 생생히 표현된 점이 이 소설의 백미다.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순간과 그 전후의 짧은 나날에 초점을 맞춘 책을 읽으며 하얼빈 역, 그날 속에 내가 서 있는 기분을 느꼈다.

그날의 생생한 긴장감에 책을 읽는 내내 책장 넘기기를 멈출 수가 없었다.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는 `안중근'이지만 그 또한 누군가의 아들이고 세 아이의 아버지였기에 드는 고뇌들, 아들의 선택을 존중하고 나라를 위해 신념대로 하라며 수의를 짓는 어머니 조마리아, 사랑 표현 없는 어렵기만 한 지아비 안중근의 삶을 존중하는 부인 김아리 등 안중근을 비롯한 가족의 이야기가 담담하게 서술되어 있어 더욱 가슴을 아프게 한다.

중국 일정에서 돌아와 아이들이 엄마를 맞이해주고 익숙한 한국 음식을 가족과 함께 나누어 먹는 평범한 일상의 행복이 있기까지 그 뒷면을 돌아보며 감사의 마음을 채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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