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원 짜리 착공식
5억원 짜리 착공식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3.09.11 1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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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강원특별자치도의 한 지자체가 1회성 착공식 기념행사 예산으로 무려 5억원을 편성했다가 뭇매를 맞고 있다.

강원도 양양군이다.

양양군과 양양군의회 등에 따르면 양양군은 오는 10월 말 치러질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착공식 사업비로 5억원을 책정, 추가경정예산안에 편성해 군의회에 승인을 요청했다.

그러자 군의회가 즉각 반발했다.

박봉균 의원은 지난 7일 예산결산특위에서 “5억원이라는 돈은 양양 지역 고등학생 전부(600여명)에게 1년간 매달 7만원의 장학금을 줄 수 있는 큰 돈”이라며 “재정이 열악한 양양군이 1회성 행사에 5억원을 쓴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박 의원은 5억원에 대한 세부 지출 내역을 요구했으며 다른 의원들도 집행부의 과다한 착공식 예산 책정을 지적했다.

양양군이 이에 대해 궁색한 해명을 내놓았다. 전체 편성 예산 5억원 중 2억원은 주요 인사 참석시 경호 등을 위한 예비비 성격의 예산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도대체 어떤 인물들이 초청돼 참석하기에 경호비로 막대한 예산이 쓰여져야 하고 착공식을 어떻게 하기에 3억원이라는 돈이 들어가는 지 여전히 의문이다.

실제 앞서 지난 6월 강원대학교에서 치러진 강원특별자치도 출범식에 쓰여진 예산은 이보다 7분의 1 수준인 8000만원에 불과했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장관급 인사 등 정부 고위 관계자, 광역지자체장, 강원도민 등 1200여명이 참석한 대형 행사였음에도 채 1억원이 못되는 예산으로 행사는 성대하게 치러졌다.

한심한 것은 착공식 예산을 편성한 양양군이 예산을 어디에 어떻게 쓰겠다는 세부 내역 조차 확정하지 않고 의회에 제출했다는 점이다.

5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행사비용으로 쓰겠다면서 어떻게 어디에 쓰겠다는 계획조차 세우지 않았으니 군의회가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유명 가수를 동원해 기념 공연이라도 할 계획이었는지, 아니면 참석자들에게 고급 선물이라도 증정하려고 했는지 모르지만 그렇다면 더 문제다.

우여곡절 끝에 정부 승인을 받아 통과된 양양군의 오색 케이블카 사업은 강원도와 양양군으로서는 축하할 만한 일이지만 전국적으로 반대 의견이 많았던 `환경파괴 우려 사업'이다.

실제 환경단체인 녹색연합이 지난 4월 실시한 전국민 대상(1000명)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58.1%가 오색케이블카 설치 사업에 대해 반대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찬성한다는 의견은 41.9%에 불과했다.

권역별 조사 결과 부산·울산·경남에서는 72%가 반대 의사를 밝혔으며 대구·경북은 60.3%, 대전·세종·충청은 59.7%가 반대했다. 강원·제주권역에서만 유일하게 찬성이 58.5%로 반대보다 많았다.

물론 이를 근거로 다시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보자는 주장은 아니다.

다만 이런 여론 가운데 치러지는 착공식이라면 보다 내실있게, 차분하게 치러야 하지 않을까.

가뜩이나 열악한 재정에 군민들의 혈세로 유명 가수들을 불러 노래판을 벌이고, 경호가 필요한 `요인'들까지 불러 막대한 경호 비용을 지출한다면 그야말로 `난센스'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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