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진흥법 제정을 환영하며
국악진흥법 제정을 환영하며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3.09.1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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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지난 달 `국악진흥법'이 국회를 통과해 공식 발효됐다. 2020년 국회에서 발의된 지 3년만에 빛을 보며 국악인들의 오랜 숙원을 풀었다. 이 법안은 국악산업 진흥을 위해 국가와 지자체에 역할을 부여하고 예산지원, 전문인력 양성 등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담았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5년단위 국악진흥기본계획 수립은 물론 실태 조사, 창작 지원, 국악 보전·계승 등을 위해 노력하도록 명시하고 국악의 날도 지정하도록 했다.

무엇보다 국악진흥법 제정이 중앙정부를 대신해 스러져가는 국악의 명맥을 유지해온 지방 지자체들의 의욕을 북돋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얄팍한 재정과 중앙의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우직하게 국악중흥의 길을 걸어온 지자체들이 그긴의 노고를 위로받고 격려받는 전기가 됐으면 좋겠다. 대한민국 3대 악성 중 한분인 난계 박연의 고향이자 국악의 고장을 표방하며 반세기 이상을 국악 대중화에 혼신해온 영동군이 대표적 지자체다.

영동군은 1991년 군립 난계국악단을 창단해 32년째 운영하고 있다. 상근단원만 33명에 달해 연간 운영비가 10억원을 훌쩍 넘는다. 국악기제작촌과 국악박물관에 273억원이 투입된 국악체험촌도 운영 중이다. 올해로 54년째 난계국악축제도 이어가고 있다. 재정자립도 14%에 불과한 시골 지자체가 연 수십억원을 국악 중흥에 쏟아부으며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정작 국악을 관장하는 정부의 대접은 야박하기 짝이 없다.

전 군민이 나서 서명운동까지 벌이며 유치를 추진한 국립국악원 분원은 전남 진도로 갔다. 지난 2010년 국립국악원 분원 대신 영동으로 이전했던 국립국악원 악기연구소는 공문 한장 달랑 보내놓고 4년만에 짐을 을 싸 돌아갔다. 특히 난계국악축제에 대한 홀대는 모욕 수준이다. 올해 54회째를 맞는 난계축제는 문체부가 매년 2개씩 뽑는 대한민국 대표축제는 물론 8개씩을 선정하는 최우수축제에도 여태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6년연속 우수축제에 올랐지만 그마저도 일몰제에 걸려 명단에서 퇴출됐다. 연륜 10년 안팎의 새내기 축제들이 대표축제, 최우수축제 지위를 누리는 것과 비교하면 더한 수모가 없다. 이런 푸대접을 감내하며 순수 국악축제를 반세기 고수해온 영동군의 초지일관이 애잔할 정도다.

영동군은 오는 2025년 9월 12일부터 10월 11일까지 세계국악엑스포를 개최한다. 레인보우힐링관광지와 국악체험촌 등 14만평 규모의 행사장에 30여국 전통음악단을 초청, 국악의 진수를 알릴 계획이다. 군은 지난 5월 유네스코 국제민속축전기구인 씨오프(CIOFF)의 아시아퍼시픽 10개 회원국을 초청해 섹터회의를 열고 협조를 약속받았다. 충북에서는 국악엑스포 성공 개최를 기원하는 각계 인사들의 릴레이 챌린지도 이어졌다. 행사에는 150억원이 투입된다. 현재 기획재정부는 국제행사 등급 심사를 진행 중이다. 등급 결과에 따라 국비 지원액이 정해진다. 1등급을 받아야 사업비의 30%를 지원받는다. 충북도가 같은 시기 예정된 세계민속축제를 영동에서 국악엑스포와 함께 열겠다며 등급 심사에 힘을 보탰다.

국악진흥법이 제정되자 문체부는 “국악 보존·계승, 창작 지원, 해외 진출 등 세 가지에 역점을 두고 진흥정책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국악엑스포를 열어 세계에 국악의 진가를 알리겠다는 영동군의 기획이야말로 국악 보존·계승, 해외 진출 등 문체부가 밝힌 정책 방향과 일맥상통 한다.

이젠 중앙정부도 포기한 국악의 대중화에 오로지 해온 영동군의 노고가 적정한 보답을 받아야 할 때다. 그 보답은 국악엑스포에 국제행사 1등급을 부여하는 것에서 시작돼야 한다. 특히 문체부는 국악엑스포 지원이 아니라 행사를 주관한다는 각오로 영동군을 전방위 지원해야 한다. 다음달 열리는 54회 난계축제에 `대한민국 대표축제'라는 합당한 지위를 선사하는 것이 그 다음에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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