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놈들 무덤에 침을 뱉으마
네놈들 무덤에 침을 뱉으마
  • 백범준 작명철학원 해우소 원장
  • 승인 2023.09.06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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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문앞에서
백범준 작명철학원 해우소 원장
백범준 작명철학원 해우소 원장

 

필자의 좁은 식견으로는 우리나라 역사 속 등장인물들은 크게는 둘 중 하나다. `때려 죽여도 시원찮을 놈들'과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분들'이다. 오늘은 이들의 이야기다.

매국노(賣國奴). 나라 팔아먹은 종놈이라는 뜻이다. 1905년 을사년에 일제에게 외교권 팔아넘긴 을사오적(乙五巳賊)이 그 놈들이요. 2년 뒤인 정미년에 내정권도 넘긴 정미칠적(丁未七賊)이 그 종놈들이요. 경술년에 국권(國權)까지 팔아 처먹은 경술국적(庚戌國賊)이 그 잡것들이다. 조선왕 고종이 스스로를 황제라 칭하고 자주독립을 외치며 국호를 대한제국(大韓帝國)이라 선포한지 12년하고 250일 되던 날이었다. 이 가여운 제국은 지도에서 지워지고 역사 속에서 막을 내렸다. 1910년 8월 29일. 경술국치일(庚戌國恥日)이다. 조선에서 대한제국에서 꿀 빨았던 그 종놈들은 일제 강점기에는 백성들 피 빨아먹고 살았다. 나라 팔고 받은 작위로 귀족행세하며 은사금까지 두둑이 챙겨 이 땅에서 편하게 살다 편하게 죽었다. 게다가 그것은 대를 이어 현재진행중이다. 오호통재라.

이 땅에는 나라를 팔아먹으려는 놈들만 있었으랴. 물론 아니다. 지키려는 되찾으려는 분들도 계셨다. 왜란(倭亂)에 호란(胡亂)에 국란(國亂)에도 그랬다. 땅 끝으로 나라 끝으로 앞장서 나라님이 도망쳐도 대통령이 먼저 숨어도 그들은 버티면서 싸웠고 싸우면서 버텼다.

`삼한에서 가장 으뜸가는 집안'이란 뜻의 삼한갑족(三韓甲族).

우리나라에서 존경 받아 마땅한 집안을 뜻한다. “사방 백리에 굶는 이들이 없게 하라”는 조상님의 가르침을 받들고 실천한 경주 최씨(慶州 崔氏) 최부자 집안이 있다. 부(富)는 덕(德)으로 쓰일 때 가장 아름답다. 베풀어서 몸소 보여줬다. 그래서 동학 때도 전란에도 이 집안은 무사했고 무탈했다. 문무(文武)를 모두 겸비한 대표적인 집안은 덕수 이씨(德水 李氏) 집안이다. 긴 설명은 아끼겠다. 율곡 이이선생과 충무공 이순신장군이 이 집안사람들이다. 또 우리 모두가 빚진 집안이 있다. 경주 이씨(慶州 李氏) 백사 이항복(李恒福)선생의 집안이다. 백사선생은 임진년 왜란에는 왕인 선조를 호종하며 명나라의 지원을 얻어내는 공을 세운다. 또 정유년 재란(再亂)에는 병조판서의 책무를 맡아 공을 세운다. 대대로 재상(宰相) 집안이다. 백사선생 이래로 9명의 영의정과 1명의 좌의정을 배출한다. 뼈수저 집안이다. 이 집안만의 고유유전자가 있다. 일종의 애국유전자인데 특히 나라의 위기 때 빛을 발한다. 천하의 역적들이 조산팔도 갈기갈기 찢고 팔아서 자기네들 배 채우고 주머니 채우고 있었을 1910년 경술년. 백사선생 10대손 우당(友堂) 이회영 선생은 자신의 전 재산을 처분한다. 명동 땅도 많았다. 팔 수 있으면 헐값에라도 팔았고 안 팔리면 버렸다. 당시 돈으로 40만원이라니 현재 가치로는 족히 수 천 억대 가치일거라는 추산이다. 온 식구 데리고 안 그래도 추웠을 경술년 동지섣달 더 추운 땅 만주로 떠난다. 6형제 가족 포함 60명이 넘는 식솔들의 행렬이었다. 망명이었다. 만주에 정착해 전 재산 판돈이 밑거름이 되어 설립한 곳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신흥무관학교'다. 이곳에서 배출한 독립군과 광복군이 3500명이 넘는다고 한다. 그야말로 독립운동의 요람이자 항일투쟁의 원초기지였다. 우당선생은 독립운동의 든든한 지원자이자 선구자셨다. 그러나 독립운동가들이 끝이 대저 그러했듯 선생의 끝도 씁쓸했다. 중국 다롄에서 밀고에 의해 일제놈들에게 체포당하시고는 4일 뒤 고문 끝에 돌아가신다. 1932년 향년 65세였다.

우당 선생님의 물음이 환청으로 들린다. “젊은이 뭐 하나만 물어 봅시다. 내 조국이 지금쯤은 해방이 되었겠지요?” 입안에 맴도는 말 차마 답하기 송구하여 속으로만 삼켰다.

`어르신 아직은 아닌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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