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가 실종된 여야 퇴행정치
미래가 실종된 여야 퇴행정치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3.09.03 18:2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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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올해 2분기 합계출산율이 0.7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출생아가 2015년 12월부터 91개월째 연속 감소하고 있다.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초과해 절대인구가 감소하는 추세는 2019년 11월부터 44개월째 이어진다. 한국은 장기간 인구가 줄어드는 유일한 국가가 된지 오래다. 하지만 이 국가소멸의 위기 앞에서 연초 나경원 부위원장의 석연찮은 중도하차 등으로 분란을 겪은 후 심기일전을 약속한 대통령 직할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보이지 않는다.

고령층 증가로 눈덩이 처럼 불어나는 노인복지예산을 줄어든 납세인구가 감당해야 하는 고달픈 미래를 후대에 넘길 수 있다는 경고음이 위험 수위를 넘긴 지금, 이나라 정치는 두개의 낡아빠진 이슈에 매몰됐다. 홍범도 흉상 이전과 야당 대표의 단식 농성이다.

봉오동과 청산리 승전을 이끈 홍범도의 흉상은 그가 독립군을 양성했던 신흥무관학교의 후신이라 할만할 육군사관학교에서 퇴출될 처지에 놓였다. 육사는 1927년 러시아 공산당 입당 전력을 문제 삼았다. 1921년 일본군의 공세에 밀려 연해주에서 혁명으로 공산당이 국권을 잡은 러시아로 동포와 함께 들어간 그의 처지, 공산당 전력에도 불구하고 박정희·박근혜 정권도 그를 애국지사로 예우한 전례 등을 들며 여권내에서도 반론이 제기됐지만 육사는 흉상의 외부 이전을 강행할 태세다.

이념 논쟁이 불붙어 독립유공자 단체를 비롯한 진보진영이 격앙하고, 극우 유튜버를 중심에 둔 보수에선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모습이다. 기억도 가물가물한 빨갱이 논쟁, 그것도 지금까지 역대 어느 정권도 트집잡지 않았던 독립영웅을 두고 벌어지는 이념 갈등의 재연에 허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적지않다. 오랫동안 창고에 처박아둬 먼지와 녹을 뒤집어쓴 칼이 새삼 등장한 이유가 궁금하지만, 써먹을 만한 칼이 벌써 동이난 것 아니냐는 생각밖에 들지않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일부터 “윤석열 정부의 민주주의 파괴를 막아내겠다”며 단식투쟁에 들어갔다. 더 이상 용도를 기대하기 어려워 지금은 정치권에서 금기로 취급되는 구시대 전략의 등장이다. 정치인 단식의 성패는 명분과 공감의 확보에 달렸다. 하지만 진보진영에서 조차 그가 단식을 감행한 시기와 배경을 놓고 구구한 해석을 내놓으며 명분도 공감도 충족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는 대장동 등 여러 비리 의혹으로 올 들어 다섯 번째 검찰 출석을 앞두고 있다. 단식이 검찰 소환과 구속영장 청구를 피하려는 꼼수라는 비판이 여당에서만 제기되는 게 아니다.

민심의 호응도 저조한 편이다. 그의 단식 선언후 민주당 지지율이 윤 정권 들어 최저치를 기록한 여론조사(갤럽) 결과까지 나오는 판이다. 내년 총선을 위해 사퇴하라는 비명계의 압박을 누구러뜨려 당을 결속하는 성과는 기대할 수 있겠지만 이 대표가 국민 공감대를 얻어 총선을 지휘할 동력을 확보하기는 쉽지않으리란 전망이다.

`방탄' 오명으로 일관한 취임 1년을 보낸 이 대표는 정치판에 단식이라는 폭탄을 던지고는 자신을 향해서는 회초리도 대지 못했다. 대선후보 때와 대표를 맡았을 때 두차례나 했던 불체포특권 포기 공약이 당내서 무너진 데 대해서조차 입장표명이 없었다. 당의 발목을 잡고있는 사법 리스크에 대한 질문도 `검찰의 스토킹'이라는 말로 피해갔다.

이 대표는 단식투쟁을 선언하며 스스로 `마지막 수단'이라고 했다. 단식외에는 어떤 노력과 수단도 소용이 없게됐다며 역부족에 빠진 당의 한계를 자인한 말이다. 그렇다면 그에게는 단식보다 당이 여당발 숱한 악재에도 불구하고 백약이 무효인 정체의 늪에서 허덕이는 이유가 무엇인지 성찰하고 결단하는 것이 우선이다. 검찰이 단식으로 수척해진 이 대표가 휠체어를 타고 검찰로 불려가는 애처로운 장면을 연출해 줄 것이라는 기대부터 접고서 말이다.

시계추를 거꾸로 돌리는 여야의 모습에서 나라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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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 2023-09-09 16:12:36
정치하는 목적이 무엇입니까?
정치인으로 투신하였으면 정부가 살만큼 대우도 해 주니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하여 봉사하겠다는 봉사 정신만으로 충만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야가 만나기만 하면 싸움박질만 하고 있으니 나라가 어찌 되겠냐는 것이며 싸움박질에 온 정력을 바치는 저의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정치인들은 영원한 목숨을 가지고 있습니까? 며칠 있으면 떠나야만 하는 목숨인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싸우는 품격이 의심스럽다는 사실이다.
싸움 잘하면 명예를 얻을 것 같습니까? 싸워서 얻어지는 소득 자식들에게 물려주려 하는 것입니까? 그래서 정치인들에게는 더욱 인생철학의 교양이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