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비극 예방 3법
간병비극 예방 3법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3.08.28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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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간병 살인. 요즘들어 부쩍 자주 듣게되는 이 끔찍한 말이 또 서울 한복판에서 현실로 나타났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지난달 21일 발생한 살인사건 피의자 A씨(60대)를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A씨는 40년을 함께 거주하며 간병을 해온 70대 여성 B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희귀병을 앓는 B씨를 오랫동안 자택에서 간호해왔으며 범행 후 파출소에 가서 자수했다. A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생계가 막막하고 힘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4월에는 서울 서초구에서 60대 남성이 암 투병 중인 아내를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간병 살인의 가해자는 대부분 가족 일원이다. 사랑하는 아내를, 부모를 간병을 하다 도저히 견디지 못하는 한계점에 다다랐을 때 모든 것을 포기한 채 끔찍한 일을 저지른다.

그 중심에는 천문학적인 간병비가 있다.

2023년 현재 대한민국의 간병비는 종일 돌봄 기준으로 평균 13만원 내외. 만약 집안에 돌봄이 필요한 거동 불편 중증 환자 1명이 있다고 치면 한달 간병비로 400만원 정도가 고정으로 지출되어야 한다. 1년이라면 4800만원, 3년이면 1억4400만원이 병원비 말고 간병비로 사라지는 셈이다.

간병비는 해마다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10여년전의 종일 돌봄 간병비는 6만~7만원 수준이었다. 이후 매년 10% 이상 오르면서 지금의 13만원 수준이 됐다. 중증 환자의 경우 종일 간병비로 15만원에서 18만원까지 지출하는 경우도 있다.

간병비로 허리가 휘어진다는 얘기는 이제 남의 일이 아니다. 내 집안이나 가까운 친척, 이웃 중 누군가는 꼭 당하고 있는 슬픈 현실이다.

간병비로 한 가정이 파탄나는 예가 실제로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1인 가구 중위 소득(국민 가구 소득 중간값)은 약 200만원에 불과하다. 평범한 1인 가구 가장의 두달 월급을 모아야 중환자 1명의 간병비를 댈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지난 2016년 간병인 없는 병원, 즉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도입했지만 아직은 빛 좋은 개살구다.

대형 병원에서 많이 도입했는데 아직 한자릿수에 불과한데다 간호 인력 부족으로 제대로 서비스를 받기 어려운게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국회에서 이른바 `간병비극 예방 3법'이 발의돼 관심이 모아진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간병살인·간병파산 등 간병비극을 방지하기 위한 `간병비극 예방 3법'(의료법·국민건강보험법·의료급여법 개정안)을 지난 23일 대표발의했다.

이 개정 법안의 골자는 △간병인에 대한 관리·감독 방안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의료법 개정안) △간병을 요양급여 대상(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과 △의료급여 대상(의료급여법 개정안)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지금까지 간병인은 병의원내에서 돌봄 업무를 보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일반 육체노동자 취급을 받으며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 이들 법안이 통과되면 간병인에 대한 처우 개선과 함께 환자 가족들의 간병비 부담 완화, 체계적인 간병 시스템 운용 등이 기대됨은 물론이다.

국회의원 11명이 공동발의한 이 개정안이 이번 회기 중 반드시 통과돼 효력을 발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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