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도와 백선엽
홍범도와 백선엽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3.08.27 18:3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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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육군사관학교가 교내 충무관 현관에 설치한 항일 독립투사 5명의 흉상을 철거한다고 한다.

김좌진·홍범도·이회영·지청천·이범석 등의 흉상이다. 이회영은 만주에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해 독립군을 양성한 인물이고, 나머지 네명은 독립군 지휘관들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지난 2018년 99주 3·1절을 맞아 세운지 불과 5년만에 후배들에게 퇴출되는 수모를 겪게 됐다. 육사는 `학교 정체성과 설립 취지를 구현하고 자유민주주의 수호 및 한미동맹 의의를 체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추진하는 기념물 재정비 사업'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일제에 맞서 독립군을 이끌던 장군들의 흉상이 육사 정체성 구현에 장애가 된다고? 이런 의문을 국회에 출석한 국방부 장관이 바로 해소해줬다.

그는 “장교를 양성하는 기관에 공산주의 경력이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되겠느냐는 지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흉상 철거의 요인이 된 문제적 인물로 `홍범도'를 지목한 것이다.

홍범도는 김좌진과 함께 청산리 전투를 지휘해 대승으로 이끈 주인공으로 유명하다. 함경도에서 의병장으로 활동하다 1908년 연해주로 건너가 독립군을 규합했다. 대한광복군 총사령관을 맡아 봉오동전투에서 일본군을 격파하고 넉달뒤 청산리전투에서 승전보를 알렸다. 아내는 일제에 투옥돼 옥고를 치르다 죽었다. 일본군의 대대적인 연해주 출병에 밀린 그는 1921년 러시아에 입국해 투쟁을 이어갔다.

그의 공산당 이력은 여기서 시작된다. 1922년 당시 소련 지도자 레닌으로부터 권총을 선물받고 1927년 소련 공산당에 공식 입당했다. 하지만 공산당이 정권을 잡은 러시아 땅에서, 그들의 도움을 받아 독립투쟁을 해야하는 그에게 다른 선택지가 있었겠느냐는 현실론이 설득력을 얻는 것도 사실이다. 대다수 독립지사들 처럼 그의 말년도 고단했다. 1937년 카자흐스탄으로 강제이주 당해 곤궁한 삶을 살다가 조국 독립을 보지 못한채 1943년 생을 마쳤다. 2021년 유해가 국내로 봉환돼 국립현충원에 안장됐다.

육사가 홍범도 등의 흉상을 철거한 자리에 백선엽 전 육군대장의 흉상을 설치할 것이란 말이 나돈다. 그는 6·25전쟁에서 조국을 구한 호국의 영웅으로 꼽힌다. 하지만 일제의 만주군관학교를 나와 독립군 토벌을 담당했던 간도특설대에서 활동한 전력때문에 친일 딱지가 따라붙는다.

그는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참여정부 때 시작해 2009년 이명박 정부 때 완성한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705명)'에도 포함됐다. 그런데 보훈부는 얼마전 국립대전현충원의 백선엽 안장기록에서 이 사실을 삭제했다. 보훈부장관은 그제 라디오에 나와 “가당치도 않은 친일파 프레임으로 공격하는 건 옳지않다”며 백선엽의 친일을 부정했다. 백선엽은 일본어로 발간한 한 저서에서 간도특설대 활동을 회고하며 “동포에게 총을 겨눈 것은 사실이었고 그 때문에 비판을 받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당당하게 고백했다. 다른 장관도 이닌 보훈부 장관이 “일본 헌병장교로써 독립군에게 총부리를 겨눴다”는 당사자의 자백을 묵살(?)하고 `가당찮은 친일 프레임이 씌워져 공격받는 무고한 사람'이라고 감싸는 장면은 한편의 웃픈 코미디다.

박정희 집권기인 1962년 홍범도에게 건국훈장 대통령장이 추서됐고, 박근혜 정부에선 1800톤급 신형 잠수함이 `홍범도 함'으로 명명됐다. 역대 보수정권도 문제삼지 않았던 그의 공산당 이력을 들추고 기념물을 철거하며 진영 갈등을 부추기는 이유가 궁금하다. 홍범도·이희영·김좌진 등의 기념사업회는 기자회견에서 “국군의 기원인 독립군과 독립전쟁의 역사를 뒤집으려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독립군을 창군(創軍)의 역사에서 배제하려는 의도라는 주장이다.

믿고 싶지않은 주장이지만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육사 흉상 바꾸기가 벌어지지 않도록 보훈부 장관이 백선엽 장군에게 베푼 관용(?)의 정신을 국방부가 배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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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 2023-08-28 17:19:19
윤석열 정권은 친일 정부?
시급한 정치적 과제가 태산 같은 이 시기에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진보냐 보수냐에 따라 쓸데없는 이념투쟁으로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있으니 목적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 민족의 앞날에 대하여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으며 우리 국민의 숙원인 남북의 평화통일을 어떻게 기대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육군사관학교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등 독립전쟁 영웅 5인의 흉상 철거를 추진하며 친일 사상이 드높은 인물의 동상을 대체하려는 의도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윤석열 정권의 친일 사상이라면 국민은 민족의 자존심상 받아들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 나라의 앞날을 매우 우려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