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오염수 방류 반대한다고 말하고 싶다
우리도 오염수 방류 반대한다고 말하고 싶다
  • 김귀룡 충북대 철학과 명예교수
  • 승인 2023.08.27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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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김귀룡 충북대 철학과 명예교수
김귀룡 충북대 철학과 명예교수

 

2023년 8월 24일 한국과 미국의 동조 아래 일본이 오염수 방류를 시작하였다. 지난 3월 징용피해자 3자 변제안을 들고 방일했던 대한민국 통치자가 귀국하자 일본 언론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일본 해산물 금수조치 해제, 일본 초계기 사건에 대한 사과, 심지어는 독도 영토 문제까지도 논의되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물론 정부는 3자 변제 안 외에는 공식 의제로 다룬 바 없다고 오리발을 내밀었다.

국민을 향해 내밀었던 오리발과 다르게 지난 5개월 동안 정부와 여당은 일본 편에 서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적극 옹호해 왔다. 그간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고 있는 80% 우리 국민은 어디에 가서 하소연해야 할까?'라는 자조 섞인 의문이 든다.

우리 정부가 내놓은 설명은 우리를 점점 더 처량하게 만든다. 방류된 오염수가 우리 연안에 도달하기까지 4~10년이 걸린다는 설명을 믿으라고 한다. 1년에 수십번씩 발생하는 태풍이 태평양의 바닷물을 뒤섞어 아시아 대륙으로 실어나른다는 걸 모르는 걸까? 오염물질이 플랑크톤 세포에 누적되고 이를 고기들이 먹이로 삼고 있으며 심해 어종의 체내에 지금도 방사성 물질이 쌓이고 있다는 과학적 증거를 모르는 걸까? 엄청난 교역을 담당하고 있는 선박의 평형수에 의해 전달되는 오염수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 해류의 흐름이라는 말도 안 되는 초보적 지식으로 우리를 현혹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 여기서 더 나아가 과학적 근거를 갖고 이야기하라든가 허황된 괴담 선동을 중지하라고도 한다.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80%의 국민은 비과학적 괴담의 선동에 말려서 잘못된 생각에 빠져 있으니 미혹으로부터 벗어나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지 말라는 말이다. 일본 입장을 대변해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위험하지 않다는 홍보물까지 만들었던 정부이니 이런 식으로 얘기해도 놀랍지 않다.

국민의 80% 이상이 불안을 느끼며 걱정스러운 눈으로 사태를 지켜보고 있음에도 정부는 이런 국민을 설득대상으로 보고 오염수 방류가 문제없다는 걸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되뇌일 것이다. 대통령이 정부의 이런 친일 행보에 앞장서고 있으니 국민은 비빌 언덕이 없다.

중국, 홍콩, 마카오 정부는 방류를 시작하자마자 일본 수산물 수입 전면 금지 조치를 취하였고 중국인들은 일본제품 전체에 대한 불매운동을 시작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적어도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중국인들의 여론과 정부 입장이 맞아떨어지면서 일본 경제에 심각한 위협이 현실화되고 있다. 일본 총리도 다급했던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수입금지 조치를 철회할 것을 요구했지만 국민과 정부가 합심해서 내린 결론이기 때문에 중국은 일본의 이야기를 귓등으로도 들을 것 같지 않다.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우리 국민은 타국의 정부가 취하는 조치를 보면서 대리만족을 할 수밖에 없는 걸까?

이런 상황을 보면서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다. 일본은 왜 오염수 방류를 고집할까? 시추공을 파 깊은 지층 밑에 파묻는 방법, 방사성 물질을 고체화하여 장기간 보관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으며, 대형 저수지를 만들어 일본 땅 안에 보관하는 방법도 있다. 그런데 일본은 태평양에 방류를 시작했다. 왜 그랬을까? 가장 경제적이기 때문에? 중국의 조치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훨씬 크다. 과학적으로 문제가 없기 때문에 버릴 수 있다고? 간과된 불확실성이 너무 많아 수용할 수 없다. 어떤 답을 갖다 대도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 대내외의 강력한 반대에도 방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현 상황을 방치하면 자칫 국토 궤멸에 빠질 수 있는 위기가 있는 건 아닐까? 그리고 일본 정부는 이를 숨기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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