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 화가 정의부
철새 화가 정의부
  • 정인영 사진가
  • 승인 2023.08.22 19: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生의 한가운데
정인영 사진가
정인영 사진가

 

적절하게 펼쳐진 자연에 자기생각과 감정을 담아 자신만의 특별한 그림세계를 나타냈던 화가가 있다.

화가의 길에 들어선 이후 언제 한번도 붓을 놓지 않았다는 정의부 화백이다. 그는 늘 그림에 감사하는 마음과 작품을 완성하는데 열정을 쏟은 시간으로 행복했다고 한다.

젊은 시절 증권사 직원으로 잘 살다가 갑자기 그림을 그리는 쪽으로 삶의 방향을 바꾼 그는 어느 날 배가 고파서 만두집 주인에게 사정해 그가 스케치한 작품과 바꿔 먹었다고 한다.

만두집 주인이 그가 준 스케치 작품에 만두를 싸서 주는 것을 보고 `나는 어디로 갈 것인가' 고민했던 추억이 있다고.

`어디로 갈 것인가'라는 질문에 팔순이 가까워도 길잃은 방랑자 같았지만 붓을 잡고 창작에 매진한다.

어릴 때 학교 미술점수가 잘해야 `미' 정도였고, 미술숙제는 큰 고역이어서 소질이 없는 줄 알았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이웃에 사는 미술반 반장 집에 놀러 갔다가 흉내만 내곤 했던 게 평생 그의 길이 되었다.

문학도였던 그가 여러 고충을 겪으면서 홍익대학교 대학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어느 누구도 해내지 못한 나만의 독특한 작품을 만들어내자!'라는 신념과 열정이 훗날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그의 그림 주인공인 철새는 미지의 세계이자 오염되지 않은 순수의 세계가 되었고, 그 속에서 고향과 파라다이스를 찾으며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폈다.

철새가 단순화된 형체와 색채로 정리되고, 새로운 꿈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면서 `정의부의 그림세계는 새들의 공간'이 되었다.

그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다른 세상에 빠져들게 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림 속 철새들은 하늘과 땅을 이어주기도 하고 하늘을 가로질러 날아가는 장면에선 뛰어난 색감으로 따스한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군더더기 없는 작품은 독창적이고 창의적이다.

`바닷가 철새들의 대 퍼레이드', `푸른 창공을 나는 철새들의 꿈' ,`철새들의 행진', `철새들의 회오리', `해오름과 철새들의 합창' 등 수많은 그림에서 철새들의 날아오르고 내리는 모습에 넋을 잃을 정도다.

캔버스에서 에너지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예술적 완성도는 자연과 어우러진 철새들의 삶을 또 다른 삶을 꿈꾸는 예술로 일구어낸다. 철새가 무엇을 상징하는지는 관람자의 몫이다.

화가의 작품 속에서 보고 느낀 것으로 충분하기에 또 다른 무엇을 찾아낸다는 게 무의미하지 않을까.

예술에서 자연은 새로운 논의의 대상이 아니다.

자연이 예술에 중요한 자료가 된 지 오래 되었지만, 작품은 어디까지나 창작자의 주관적 생각과 시선이 담기기 때문이다.

사실적 묘사에 능통한 정의부 화백의 탁월한 예술의 차별성은 국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만나 볼 수 있는 그림과 달리 친근한 색의 대비가 감각적인 붓놀림과 질감의 기본에 충실한 표현이라 평가다. 60여 년 그림 인생을 살아온 한국의 원로 화백이었던 그는 한국의 자연을 아름다운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킨 철새 작가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