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댁들의 정보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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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순 수필가
  • 승인 2023.08.22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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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문앞에서
김경순 수필가
김경순 수필가

 

그때는 아기가 있는 집에 들어서면 언제나 마당에는 빨랫줄 가득 하얀 기저귀가 펄럭였다.

그 풍경은 싱그러움과 달콤함이었다. 뻣뻣한 기저귀도 빨래방망이로 `팡팡' 두드려 삶으면 보들보들해 졌다.

우리 아이들이 어릴 때 우리집 마당에는 길게 매어진 빨랫줄이 있었다. 중간에는 늘어지지 않게 장대로 지지대를 해 주었다. 하얀 기저귀가 바람과 햇볕에 말라가며 풍기던 달짝지근한 냄새를 생각하면 지금도 행복해진다.

지금은 면 기저귀를 쓰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교육비며 생활비가 지금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경제적으로 부담이 크니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삼사십년 전만 해도 주위에는 맞벌이 부부가 드물었다. 그때는 정말 남편은 `바깥사람'이었고 아내는 `안사람'이었다. 나를 비롯한 주변의 아내들은 모두 집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살림을 하면 되었다.

아이를 기르는 일은 고된 일이 분명한데 그럼에도 나는 세 아이를 키우면서도 힘들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것은 아마도 그 시절 함께 아이를 키우며 친구가 되고 좋은 인연으로 이어진 사람들 때문일 것이다.

그때는 지금처럼 통신매체가 그리 발전을 하지 못했던 때라 아기 엄마들은 서로에게 경험을 말해주고 궁금증을 풀곤 했다. 그렇게 소식을 공유했던 곳이 바로 아기 옷을 파는 곳이었다.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만 해도 이곳 음성에는 아기 옷을 파는 곳이 세 군데나 되었다. 해피랜드와 베비라, 아가방이었다.

해피랜드는 수정교와 인근에 있던 가게였는데 나와 어울리던 새댁들의 모임장소이기도 했다.

해피랜드의 주인장은 지금도 같은 모임으로 가까운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베비라와 아가방은 시장통에 있던 가게였다.

그렇게 세 군데나 되었던 가게가 아가방만 남기고 꽤 여러해 전에 문을 닫았다.

그만큼 아기 옷을 찾는 사람들의 수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명맥을 이어오던 아가방 마저 얼마 전에 문을 닫고 말았다. 물론 신생아수가 줄어드니 아기 옷을 찾는 사람이 없는 것도 있겠지만 요즘은 웬만한 아기용품은 인터넷으로 주문하기 때문일 게다.

맞벌이를 해야 하는 가정이 대부분이니 시간을 내서 가게까지 가야하는 번거로움 보다는 시간에 제약을 받지 않는 인터넷으로 쉽고, 저렴한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여러모로 경제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을 반증하듯 전국의 학교가 줄고, 산부인과가 사라지며 소아과도 줄어드는 추세이다.

음성에도 산부인과와 소아전문 병원이 없어진지 오래다.

유치원의 학생 수도 워낙에 적다보니 각 유치원에도 두 세 학급에 불과하다. 요즘은 아기를 낳는 것이 애국자라고 한다.

각 지자체마다 출산장려금으로 출산율을 장려하고 있다. 음성군에서도 아기를 낳으면 출산장려금을 준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아기를 편하게 기를 수 있고, 자녀들의 교육이 경제적 부담이 되지 않도록 국가가 대책을 세워야 할 일이다.

지금은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린 말이 있다. `자기가 먹을 건 다 갖고 태어난다.', `낳아놓기만 하면 알아서 크게 마련이다.'

지금의 신혼부부들은 이 말을 절대 신뢰하지 않는다. 결혼을 하면서 빚을 안고 사는 부부가 태반이며 아이들을 키우면서 양육비와 사교육비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당장 나부터도 자식들이 결혼을 하게 되면 아이를 `낳아라.'라는 말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부디 아기들의 울음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그리하여 우리나라의 앞날이 무지개 빛으로 빛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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