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보조금 공짜가 아니다
지방보조금 공짜가 아니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3.08.21 1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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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행정안전부에서 비영리 민간단체 지방보조금과 전국 243개 지자체 지방보조금에 대해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 현실화되고 있다.

전국 지자체에 지방보조금 예산 일체를 30% 삭감하라는 지침이 내려오면서 지자체마다 내년 예산안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이는 충북도도 마찬가지다.

1년 민간지원보조금이라고 해봐야 총 200억원도 안 되는 예산인데 30% 삭감하면 지원사업을 추진할 단체들로서는 행사 개최의 의지마저 꺾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세수 감소에 따른 것이란 설명도 예산을 보면 설득력이 없다. 충북도의 전체 예산 중 문화예산이 2%도 안 될 정도로 열악한데 삭감까지 결정된다면 문화정책의 부재란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모든 분야가 타격을 받겠지만 문화예술계는 더 심각하다.

회원들이 고령화로 접어든데다 젊은 예술인들의 유입이 갈수록 적어지고 있어 무대를 지킬 사람 구하기도 어렵다.

지역예술 활성화에 예산을 투입해도 부족한데 예산마저 줄어든다면 충북 예술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차라리 예산을 안 받고 행사도 안 하겠다고 목소리를 키우는 것도 그런 이유다.

행안부의 이번 조치는 보조금 불법사용과 지방보조금 수령, 지출서류 조작 등 회계 위법성 등을 점검하고 관리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위법의 소지는 기존 제도를 보완하면 더 쉽게 해결될 수 있다. 공공기관이 할 수 없는 일을 민간단체가 뜻과 의지로 개최하는 행사임에도 공짜 돈을 주는 것 같은 인식의 한계도 감지된다.

지금까지 집행된 지방보조금의 현실로 볼 때 삭감을 전제로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충북은 대부분 민간단체 지방보조금의 경우 자부담 10%가 적용됐다.

그마저 행사 추진에 따른 인건비는 인정되지 않아 단체가 해결해야만 하는 수준이다.

행사 치르는 것도 벅찰 정도로 적은 예산을 주면서 완벽한 증빙 서류를 요구하려면 예산에 인건비부터 적용해야 한다.

물론 세금을 쓰는 일인만큼 예산의 투명성은 지원받는 단체들의 의무다. 이 의무가 잘 이행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게 지자체가 해야 할 일이다.

기본적인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다 보니 결국 행사 하나를 치르려면 회원들이 봉사자로 나서야만 가능한 실정이다. 자부담까지 투입해 지역민과 함께하는 행사를 하고도 마치 세금 도둑 취급을 받는다면 누가 지역사회의 궂은 일에 발벗고 나설까 싶다.

지방보조금은 공짜가 아니다. 시민들이 낸 세금을 공동체 시민들에게 돌려주는 예산이다. 돈을 직접 주는 대신 문화나 예술, 봉사단체를 지원해 함께 살아가는 시민들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활동을 독려하는 방식으로 지출되는 것이다. 전국 지자체마다 문화도시를 표방하는 건 트랜드 때문이 아니다. 지역민들의 삶의 질이 문화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문화가 지역경제와 긴밀하게 연결되면서 지자체에선 대표 축제를 만들고, 대표 공간을 만들고, 대표 인물을 전면에 내세워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어들인다. 그래서 지방보조금은 지역민들의 생활예산이다. 지자체는 예산만 집행할 뿐, 재정을 쌓는 사람들은 지역민이라는 사실이다.

마치 지방보조금을 공공기관이 없는 돈을 만들어 배분하는 것처럼 형편에 따라 예산을 처리하는 방식이 되어선 안 된다. 공공기관이라는 커다란 톱니바퀴와 민간단체라는 작은 톱니바퀴가 맞물리며 조화를 이룰 때 살고 싶은 충북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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