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막내아들
재벌집 막내아들
  • 민은숙 청주 생명초중 사서교사
  • 승인 2023.08.21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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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 읽기
민은숙 청주 생명초중 사서교사
민은숙 청주 생명초중 사서교사

 

여름에는 마음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읽고 싶다. 더운 날에는 수박과 함께 추리나 공포 등 가볍고 유쾌한 책을 읽고 싶다.

그런데 이번 여름에는 숙제로 진지한 책들을 여러 권 꼼꼼히 읽어야 했고 도서 목록 선정에 검토를 부탁받은 책, 일 때문에 미리 읽어야 둬야 할 책들이 많았다. 청주동물원에 `갈비뼈 사자' 바람이가 왔다는 소식에 동물권이나 사자에 대한 책도 골라 두었는데 결국 못 읽었다. 국립청주박물관에는 `어느 수집가의 초대' 전시로 온 정선의 `인왕제색도' 등 여러 국보급 작품이 전시될 예정이라 조선 미술 관련한 책도 골라는 뒀지만 결국 못 읽었다. 읽어야 하는데, 나는 숙제를 미루는 나쁜 어른이라 가볍고 유쾌한 여름에 어울리는 이야기 책을 자꾸 기웃거린다.

여름이니까 하고 흥얼거리며 내 즐거움을 위해 책 `재벌집 막내아들'(산경, 테라코타)을 종이책으로 다시 읽고 있다. 어? 할 것 같은데 이 책, 작년에 나온 드라마 원작 맞다. 드라마 제작과 맞춰 웹 소설에서 종이책으로 출간됐다. 웹 소설로 읽었기에 안 읽으려 했는데 종이책으로 출간되며 문체나 상황 등이 수정됐다고 한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종이책을 대출해 다시 읽고 있다. `난 이 드라마를 본 적이 없어'라는 주문을 외우며 말이다. 다시 읽자니 엄청 반갑고 기쁜데 한편으로는 괴롭고 억울하며 열 받는 이 기분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주인공 윤현우는 삼류대 출신으로 대기업에 취직한다. 번듯한 대기업에 취직했다는 기쁨도 잠시, 재벌가의 궂은 일, 더러운 일을 도맡아 하다 결국 비자금 세탁에 이용당해 살해된다. 죽었다 싶은 순간 집안의 막내 손자, 진도준으로 환생한다. 진도준으로 환생해 미래에 대해 알고 있던 지식을 활용해 기업을 물려받아 성공을 이룬다는 이야기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이렇긴 한데 실제 있었던 사건을 비튼 것도 있고 사실 그대로 적은 것도 있다 보니 이야기를 읽으며 이건 이 이야기고 저건 저 이야기지 하며 현대사의 여러 사건을 짐작해 보는 재미가 있다. 진도준의 투자 성공기를 바라보며 그때 나도 델을 샀었다면, 그때 내가 분당에 땅을 샀더라면 하며 망상하며 읽었더랬다. 기업 회장이 되기 위한 전개를 보며 책을 즐겁게 읽은 기억이 되살아난다. 그리운 친구를 다시 만나 반가워하는 마음으로 읽고 있다. 문장이 조금씩 바뀌어서 조금 더 부드럽게 읽히는 맛이 있다. 오래간만에 만난 옛 친구가 예뻐진 것을 흐뭇한 마음으로 지켜보는 마음이랄까. 삼백편 정도의 요새 기준으로는 짧은 웹 소설이 두툼한 두께의 소설책 다섯 권이 된 것도 어쩐지 흐뭇하다.

드라마화되기를 몇 년간 기다렸었는데 개인적으로 납득 못할 전개에 분노하다가 마지막 화에 허탈해서 드러누운 기억이 났다. 방영 내내 원작과 다른 점을 찾고 비교하며 괴로웠던 기억이 났다. 진양준 역을 맡은 이성민 연기가 너무 빛나서 더 안타까웠다. 원작도 여러 결점이 있지만, 이 배우진을 가지고 원작 그대로 드라마화했다면 어땠을까 하고 지금도 생각한다. 웹툰으로 연재 중이라고 하는데 마음을 굳게 먹고 책 다 읽으면 읽어봐야지 싶다. 작가의 다른 작품인 `재벌집 천재 감독'도 백 편 정도 읽다가 멈췄는데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다시 읽어보려고 한다. 다행히 나와 같은 심정의 사람이 여럿 있어서 정말 위로가 됐다. 드라마를 보면서 조금 의아해했다면 책으로 읽어 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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