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주인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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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각 스님 괴산 청운사 주지
  • 승인 2023.08.17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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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무각 스님  괴산 청운사 주지
무각 스님 괴산 청운사 주지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하네.
탐욕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반갑습니다. 괴산 청운사 여여선원 무각입니다. 나옹 선사의 선시를 나지막히 게송해 보니 장마비 그친 파란 하늘이 더욱 청명합니다. 이 시간에 탁마할 공안은 단도직입형 공안인 무문관 제12칙 암환주인 5.입니다.

서양의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 1844-1900)는 저 유명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Also sprach Zarathustra)'에서 자신의 제자들에게 말했습니다. “나를 버리고 그대들 자신을 찾아라. 그리하여 그대들 모두가 나를 부정할 수 있게 된다면, 그때에 내가 다시 그대들에게 돌아오리라.”라고 말입니다.

차라투스트라의 가르침은 일체의 외부적인 권위에 기대거나 그것을 모방하지 말라는 뜻이지요. 니체가 “신은 죽었다”고 선언했던 것도 다 이유 있는 주장이었던 겁니다.

서양에서 신이란 존재는 인간에게 절대적인 모방과 숭배의 대상입니다. 모방의 대상이 있는데 자신만의 가능성을 현실화할 수는 절대로 없었을 겁니다. 그러나 과연 신만이 모방의 대상일까요? “누구도 모방하지 말라”는 차라투스트라 본인이나 그의 가르침도 역시 그 즉시 모방의 대상으로 변질될 수도 있있겠지요.

그래서 자신의 절대적인 존귀함을 깨달은 차라투스트라도 역시 “나를 부정하라”고 절규하였던 겁니다. 오직 그럴 때에만 제자들 각자가 자기 스스로 자신의 존귀함을 깨달을 수 있을 테니까 말입니다.

이러한 점은 우리 불교의 수승함을 돋보이게 합니다. `인간이 신이나 어떠한 매개가 전혀 없어도 당당한 삶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점, 또한 각자의 삶에서 실재로 몸소 실천하여 보여주고 있다는 겁니다.“이 땅에 오시자마자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을 외쳤던 부처님과 `부처와 조사를 만나면 부처도 조사도 죽이라는 살불살조(殺佛殺祖)'의 정신으로 정진한 역대 선사(禪師)들, 그리고 서암 선사처럼 매일 매일 스스로를 “우주의 주인공(主人公)”이라 부른 선지식들이 이 땅에서 온 몸으로 각자의 삶 속에서 주인공으로 살 수 있었다는 실천의 실례를 보여주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럼 여기서 마치고 다음 시간에는 무문관 제13칙 덕산탁발(德山托鉢)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무각스님과 함께하는 무문관 공안으로 보는 종횡무진 자유로은 선(禪)과 함께하는 모든 분들이 부디 행복하시고 여여하시길 두 손 모아 기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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