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에 휩쓸려간 공직자의 권위
태풍에 휩쓸려간 공직자의 권위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10.09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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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 영 주 <충북박물관협의회장>

최근 이나라에 온통 '신정아와 변양균' 이야기가 난무하고 있다. 예쁘고 실력 있는() 미혼 여교수와 권부의 핵심 청와대의 장관급 엘리트공직자를 소재로 한 루머들이 가는 곳마다 판을 친다. 지난달 태풍 '라니'가 제주도를 향해 북상하는 동안 내륙에서는 청와대를 중심권으로 하는 이른바 '신정아 태풍'이 이나라 공직자와 국가의 권위를 휩쓸어 버렸다. 무엇보다도 한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좌하는 핵심공직자가 사적인 감정에 얽혀 본분을 저버림으로써 자신은 물론 최고 통수권자의 권위까지도 훼손한 공직사회의 대재앙이 발생한 것이다. 참담함과 허탈함으로 많은 국민들은 배신감마저 들었을 것이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공직자는 권위를 갖고 일한다. 권위를 상실한 공직자는 태풍에 꺾여 휩쓸려간 나뭇가지와 같다. 그래서 우리는 든든한 뿌리를 국민속에 내리고 어떤 바람에도 흔들림없는 일송정 푸른솔처럼 믿음직한 공직자상을 늘 그리워한다. 그래서 우리 국민은 공직자에게 신뢰와 함께 일정한 권위를 부여한다. 그 권위는 주어진 직책에서 책임과 의무를 다함으로써 올곧게 유지될 수 있다.

부여된 권위를 남발한다거나 사적인 감정으로 형평성을 잃게되면 그 권위가 빛을 잃게 되고, 조직 전체의 권위가 흔들리게 되면서 결국은 집단사고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고위직일수록 그 파장은 크게 미친다.

'신정아태풍'의 중심축에 있는 변양균은 물론 본인의 실력과 노력에 의해서 권위 있는 장관직을 역임하고 정권의 최고 핵심요직인 청와대 정책실장의 위치까지 올라갔지만, 자신에게 부여된 권위의 참뜻을 망각한 경우다. 그를 발탁한 대통령과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로 귀결되면서 청와대라는 국가의 핵심조직을 요동치게 만들었고, 그동안 쌓아온 자신의 소중한 생애마저도 송두리째 망가뜨리고 말았다. 개인적인 연민이 없지 않지만 사필귀정임을 어찌하겠는가.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직책과 권위가 단지 자신의 실력과 노력만으로 쟁취한 성공시대의 부산물로 착각했던 것 같다. 이 세상에는 아무리 피눈물 나는 노력을 하고 실력이 출중해도 그런 자리에 서보지도 못하고 사라져가는 범생들이 즐비하다. 운좋게 발탁된 배경과 보이지 않은 손이 그를 그 권위의 자리로 올려 놓았겠지만, 설익은 풋과일처럼 영글지 못해 하찮은 태풍에 낙과 신세로 전락했다. 그 위풍당당한 권위와 함께.

그러나 권위는 청와대에만 있는 게 아니다. 우리 국민이 일상적으로 마주치고 사는 동사무소나 시청, 군청 등 일선 행정기관과 검찰, 경찰 등 사법기관은 물론 국민의 생활과 직결되는 모든 분야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권위와의 마찰이 일어나고 있다. 아쉽고 필요해서 찾는 민원인에게 밝은 미소와 함께 친절로 응대한 일선창구의 여직원에게서는 권위의 무게를 느끼게 되지만, 도로 한복판에 속도측정기를 설치해 놓고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걸려들기만을 기다리는 공직자에게서는 왠지 권위의 색깔이 퇴색된 듯하다. 공직의 권위는 제도가 부여하지만 권위를 권위답게 하고 그 권위를 지키는 것은 사람의 몫이다.

이번 '신정아태풍'을 계기로 모든 공직자가 자신에게 부여된 권위의 무게를 다시 한 번 재점검하는 반면교사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권위 있는 공직자라면 업무를 수행하는 방법도 정정당당하고 품위있게 해야한다.

도덕적 윤리적으로 지켜야할 규범을 지키면서도 절제된 언행과 함께 외적인 자세를 분명히 갖출 때 권위와 품위가 함께 한다. 권위 있는 공직자와 품위있는 시민이 서로 존경과 신뢰를 보내며 살아가는 멋진사회는 결코 꿈이 아니다. 공직자가 권위를 버리고 권위주의에 빠진다거나 사적인 감정에 흔들린다면 개인은 물론 사회전체가 혼란에 빠질 수 밖에 없음을 금번 '신정아태풍'은 교훈으로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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