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만드는 '한장의 추억'
사랑으로 만드는 '한장의 추억'
  • 김금란 기자
  • 승인 2007.10.09 23: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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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종·홍대기씨·혜전 스님 등 사진촬영 봉사
피사체의 작은 움직임에 숨소리조차 내쉬지 못하는 사진작가들, 프로작가는 아니어도 취미를 살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셔터를 눌러대며 봉사활동을 펼치는 이들이 있다.

▲ 최선종씨
충북대학교병원 총무과에 근무하는 최선종씨(55)는 지난 5일 청원 초정노인요양원을 방문해 45명의 어르신의 영정사진을 촬영했다. 한국사진작가협회 소속인 최씨는 공인된 실력을 자랑하며 지난 1996년부터 영정사진촬영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직장에 얽매인 몸이지만, 11년 동안 1000여명 어르신의 영정사진을 찍어 주었다. 강원도 인제가 고향인 그가 영정사진을 시작한 이유는 간단하다. 시골 어르신의 삶이 눈에 밟혀서다.

그는 "시골 노인들은 자식을 위해 가뭄에 논 갈라지듯 손바닥이 성할 날 없이 죽도록 일만 한다"며, "고향을 떠난 몸이지만 어르신 삶에 작은 위안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현재 예수교장로회 청원 대청교회(담임목사 차철근) 소속 노인대학 홍보실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최씨는 촬영한 사진 현상과 액자 구입비 마련을 위해 주말에는 웨딩과 회갑연 사진을 찍는 아르바이트를 한다.

최씨는 "형편이 어려운 어르신들에게 액자 작업비 1만원을 부담하라고 할 수 없어 월급 일부와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으로 충당한다"며, "사진을 받는 어르신들의 환한 미소를 떠올리며 10여년 봉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 홍대기씨
천주교 청주교구 소속 성모병원 기획홍보팀 홍대기 주임(39)은 10여년전부터 사회복지시설인 고아원을 방문해 사진을 찍어주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사진가협회 청원지부 회원으로 활동 중인 홍씨가 고아원생들의 모습을 렌즈에 담는 이유는 자신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부터다.

1995년 외곽지역 촬영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들른 곳이 고아원이었던 것.

천진난만한 어린이들 모습을 찍어 주고 한 달쯤 지나 재방문했을 때 홍씨는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홍씨는 "제가 건네준 사진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처음 봤다는 아이들 말에 많이 놀랐다"며, "누구에겐 발에 차일 만큼 흔한 사진 한 장이 또 다른 이들에겐 꼬깃해질때까지 간직하는 소중한 보물과도 같은 존재라는 사실을 그때 알았다"고 말했다.

병원창립기념일을 기념해 2년에 한 번 열리는 '어르신 장수사진'도 홍씨가 도맡아 촬영한다. 오는 13일에는
▲ 혜전스님
청원문의문화재단지를 찾아 200여명 어르신의 장수사진을 찍어줄 계획이다.

한편 대한불교 효예종 청원 석문사 주지 혜전스님은 독거어르신을 대상으로 '장수 효도사진'을 찍어준다. 지난해 어버이날에는 남이면사무소 앞에서 64명의 어르신의 모습을 촬영했다. 혜전스님이 사진기를 잡은 이유는 27살 꽃다운 나이에 출가하면서 속세의 부모에게 못다한 효를 실천하고 싶어서다.

시골에 거주하는 어르신들이 거동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 촬영을 원하는 전화를 받으면 자택을 직접 방문한다는 혜전 스님은 "어르신들은 영정 사진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며, "자식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몰래 장만하려는 어르신들이 사진 촬영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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