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따라 마음 따라 발원지 여정
물 따라 마음 따라 발원지 여정
  •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 승인 2023.08.09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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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2주간의 법원 휴정기를 맞아 재판 부담을 덜 수 있어 여유를 갖고 독서도 하고, 아이들과 바람도 쐴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수영과 물놀이를 하고 무더위를 피해 시원한 인공환경에서 즐길거리일테지만, 모든 것을 맞출 수가 없기에, 또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모두 맞추는 것은 참교육이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스스로도 쉼을 찾았습니다. 산하(山河)를 좋아하는 탐험을 가족에게 설득해 물 따라 길 따라 강 발원지 여정을 떠날 수 있었습니다.

한강, 낙동강, 금강까지 3대강을 한꺼번에 다 본다는 것은 일정상 어려운 일입니다. 한강과 낙동강 발원지는 모두 강원 태백인데, 이미 확인한 터라 우리 고장의 큰 강인 금강 발원지를 알아보고, 우리 일상 속의 물줄기인 무심천 발원지도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하나, 한강과 낙동강 이야기. 한반도의 역사를 상징하는 가장 큰 한강은 이북 강원도의 금강군에서 발원해 화천을 거쳐 양평의 두물머리로 합수되는 북한강과, 태백의 백두대간 대덕산 자락의 검룡소에서 발원한 남한강이 모아 서해로 갑니다. 이북지역인 북한강 발원지를 갈 수는 없지만 군생활 중 화천 북쪽의 끝자락 파로호에서 갈 수 있는 최상류 지점을 본 적이 있습니다. 분단은 물줄기마저 갈라놓았다는 아픈 현실을 체감했습니다.

한편, 항상 마르지 않고 샘솟는 용천수인 검룡소 물은 참으로 신비롭습니다. 수많은 지류를 거두어 풍요로운 생명을 품어내면서 장구한 물길을 이루어 냅니다. 사실 속리산 법주사 계곡으로부터 청주의 동남쪽 끝 미원을 거쳐 괴산과 충주에서 특히 수려한 풍경을 만들어내는 달천 역시 충주 탄금대에서 남한강과 합수되는 한강의 큰 물길입니다.

둘, 금강 이야기. 햇빛이나 달빛에 반짝이는 물결인 윤슬이 특히 아름다운 금강(錦江)은 전북 장수 신무산의 뜬봉샘에서 발원하지만 금산, 영동, 옥천, 대전, 청주, 세종, 공주, 부여, 논산, 군산의 서해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지역이 충청도를 거치기 때문에 충청도의 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재미없는 고속도로가 아니라 청주, 보은, 옥천, 영동, 무주, 장수로 가는 19번 국도를 따라가면 짙푸른 신록과 곳곳마다 살아가는 풍경을 온전히 맞이하게 됩니다. 충북과 전북의 내륙을 찾아가는 길은 아주 한적합니다. 발원지 뜬봉샘 물속에서 가재를 보고, 하산하는 길 한복판에 만난 구렁이는 잘가라고 스르르 사라집니다. 귀한 생명을 품은 발원지와 깊은 숲에서 때묻지 말라는 순수를 배웁니다. 산책로도 잘 정비돼 아이들이 또 오자고 하니, 생태와 환경을 생각한 참교육에 성공입니다.

셋, 무심천과 미호강 이야기. 청주의 남쪽 낭성과 가덕 산골에서 발원한 무심천은 북쪽으로 흘러 문암생태공원 부근 까치내에서 미호강으로 합수됩니다. 이렇게 커진 미호강은 부강면 합강리에서 금강 본류와 함께 하게 됩니다. 아직 미호강 발원지인 음성 삼성면의 망이산을 찾지는 못했지만 집에서 지척인 무심천 발원지가 먼저입니다. 무심천은 아직 발원지가 어디인지 하나로 정립되지는 못했는데, 낭성 추정리 산정말의 쌍샘이거나 가덕 내암리의 계곡으로 보고 있습니다. 모두 보은의 회인과 내북을 청주와 경계 짓는 피반령의 큰 산줄기가 주는 선물입니다. 무심천이 지방하천이나, 청주의 상징인 물줄기인 만큼 발원지 가는 길과 주변의 관리가 더 세심하게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발원지 주위의 개발행위는 제한하되, 발원지에 대한 관심은 우리 고장에 대한 애향심이 전제되는 것이니만큼 시민들의 접근이 수월하도록 청정의 생태자원으로 가꾸었으면 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물줄기를 찾아가고 지금은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지만 큰 도로가 나기 전 옛 고갯길을 찾아가는 매력에 빠져 있습니다. 이번 주말 새벽 부지런히 움직일 곳은, 회인과 문의 마동리를 잇는 먹티고갯길입니다. 또, 가을이 오기 전 미호강 발원지를 찾아 음성 망이산으로 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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