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퉁이 카페
산모퉁이 카페
  • 김경순 수필가
  • 승인 2023.08.08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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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문앞에서
김경순 수필가
김경순 수필가

 

자주 가고 싶은 곳은 분명 이유가 있다. 음성에도 카페의 인기는 날로 높아서 시내를 걷다보면 몇 걸음만 가면 보이는 곳이 카페다. 얼마 전에는 큰 도시에서나 볼 수 있는 광대한 카페가 음성에 들어섰다. 매장이 커 이십여 명이 우르르 몰려가도 자리가 충분할 정도이다. 젊은이들이 하는 가게라 그런지 인테리어도 시원시원하고 분위기도 밝다.

아마도 여름이 막 시작하던 무렵이었을 것이다. 품바 축제가 끝나고 음성 문협 회원들은 새로 생긴 그 카페에서 차를 마시기로 했다. 30명 가까운 회원이 들어서자 매장 직원은 우리를 매장과 이어진 옆 건물의 옥상으로 안내했다. 넓은 옥상에는 차를 마실 수 있게끔 예쁜 탁자와 의자가 놓여 있었다. 우리는 그곳에서 마음 놓고 수다도 떨며 밤의 정취도 느꼈다. 밤하늘의 별이 어찌나 예쁘게 반짝이던지 오랜만에 느껴본 행복한 순간이었다.

그럼에도 그곳으로는 이상하게 자주 발걸음이 향하지는 않는다. 너무 넓어서일까. 가게가 다정다감하지가 않다. 정작 내가 친구들과 자주 가게 되는 카페는 용산 저수지 밑에 자리한 `산모퉁이 카페'다. 우리는 일부러 차를 마시러 갈 때는 드물다. 대개는 용산 저수지에 조성된 쑥부쟁이 둘레 길을 두어 바퀴를 돌고, 봉학골 산림욕장까지 걷고 난 다음에야 차를 마시러 간다. 그때는 차를 산모퉁이 카페 주차장에 세워 놓고 시작한다. 꿩 먹고 알 먹는다고, 아마도 우리처럼 걷는 사람이 꽤 있는 듯하다. 카페는 크지는 않지만 아담하면서도 실내가 정겹다. 창가에는 주인장이 심고 기르는 화초들이 푸르게 놓여있다. 그곳을 들를 때마다 화분에 어떤 꽃들이 피었는지 들여다보는 것도 하나의 낙이다.

그 카페는 복층 구조로 지었는데 우리는 2층에서 주로 차를 마시곤 한다. 그곳에도 주인장이 기르는 화초가 난간을 따라 자라고 있어 기분을 좋게 만든다. 높은 천장과 함께 시원한 창은 바깥의 전망을 쏠쏠하게 한다. 무엇보다 주인장의 밝은 미소가 차의 맛을 한층 돋운다고 할 수 있다. 주인장은 음성사람은 아니다. 귀촌을 한 사람이다. 산모퉁이 카페는 몇 년 전 용산 부용마을이 조성되고 난 후 생긴 카페다. `부용 마을'은 귀촌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공동체 마을이다. 작년에 그곳이 궁금해 주택들을 구경 하러 올라갔더랬다. 유럽에서나 볼 수 있는 예쁜 집들이 마을을 이루고 있었다. 울안에는 작은 정원에 화초와 나무들로 조경이 멋스러웠다.

나이가 들면 도시에 살던 사람도 공기 좋은 시골에서 전원주택을 짓고 살고 싶어 한다. 특히 퇴직을 하고 난 후, 소일거리로 텃밭이나 가꾸고 자연을 벗 삼아 유유자적 지내고 싶어 이런 시골을 찾는 것일 게다. 부용 마을은 그런 꿈을 펼치기에 더없이 좋은 마을이다. 마을 앞으로 가섭산이 푸르게 펼쳐있고 그 아래에는 용산 저수지 쑥부쟁이 둘레길과 봉학골 산림욕장이 이어져 있다. 산수가 코앞에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환경은 없을 듯싶다. 그리고 집집이 작은 텃밭 정도는 가꿀 수 있게 해 놓았으니 상추나, 고추 등 간단한 식재료도 손수 기를 수 있다. 집을 지을 수 있는 부지도 찾으러 다니지 않아도 되고, 집도 선택만 하면 되니 발품의 수고도 없다. 부용마을은 공동체 마을이다 보니 사람들 간의 소통도 잘 이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화합도 잘 되는 듯하다. 차를 마시다 보면 종종 부용마을 사람들을 보게 되는데 그분들의 얼굴이 참 밝아 보여서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곤 한다.

오늘도 우리는 쑥부쟁이 둘레길을 돌고 내려와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부용마을로 들어가는 입구, 용산 저수지를 올라가는 산모퉁에 있는 `산모퉁이 카페', 이름도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읍내와 떨어져 있어 아무래도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을 때 오게 되는 카페지만 그래도 나와 내 친구들은 이곳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아무래도 우리의 수다는 오늘도 이곳에서 한참이나 길어 질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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