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조롱거리된 잼버리
세계적 조롱거리된 잼버리
  • 박명식 기자
  • 승인 2023.08.08 17: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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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전라북도 새만금에서 열린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가 부실·미숙 운영 논란에 휩싸이면서 세계적인 조롱거리가 됐다. 세계 청소년들의 대축제라고 할 수 있는 잼버리대회는 개영 첫날부터 대한민국의 펄펄 끓는 가마솥 폭염 속에서 온열질환자가 속출했다.

변변한 그늘막도 설치돼 있지 않은 대회장, 습한 물웅덩이에 설치된 텐트촌, 득실대는 벌레들, 의료진·의료시설 태부족, 식사 부실 논란, 허접한 샤워장, 더러운 화장실, 코로나19 감염, 바가지 상혼, 언론 보도 통제, 성범죄 등 여러 가지 문제들이 한꺼번에 터지면서 사달이 났다.

이번 새만금 잼버리대회는 국비·지방비 포함 총사업비 1170억원이 투입됐다. 150여 국가 스카우트 대원 3만6000여 명도 1인당 100만원이 넘는 참가비를 냈다.

그러나 1000억원이 넘게 들어간 대회라고 보기에는 도저히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부실 투성이, 미숙 투성이 대회로 전락하면서 국격이 심각하게 훼손됐다. 고통을 호소하는 자국 청소년들을 지켜보다 못한 각국 외교관들이 나서서 캠프 철수를 강행하는 등 제대로 국제 망신을 당했다.

새만금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9월 잼버리 유치 후보지로 결정 났고 문재인 정부 때 아제르바이잔 세계스카우트총회에서 개최지로 최종 확정됐다.

대회 준비 기간만 지난 문재인 정권 5년, 지금의 윤석열 정부 1년 3개월이 주어졌다. 폭염·폭우·야영지 시설·음식·각종 프로그램 등을 철저히 준비하고 대비하기에 결코 부족하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러나 새만금 잼버리대회는 하나부터 열까지 전혀 준비가 되지 않은 폭망한 대회로 평가받게 되면서 세계의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필자가 50년 이상을 살아온 세월 동안 대한민국 땅에서 열린 국제 대회 중 이번 새만금 잼버리대회만큼 큰 논란을 빚고 국제적 망신을 초래한 행사는 기억에 없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 잼버리대회가 성공적이었다면 자신들의 공으로 돌리기 위해 입에 거품을 물었을 여야 정치권은 대회 운영 부실을 놓고 `현 정부 VS 전 정권' 책임 공방 벌이기에만 혈안이 돼 있다.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지적하는 일을 잘 못하는 특징이 있다. `준비가 꼼꼼하지 못하다. 책임감이 없다. 남 탓을 자주한다. 변명이 많다. 부정적이다. 자존심만 강하다. 남의 말을 잘 안 듣는다. 자기 방식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행동이 따르지 않는다'. 세계적인 망신살을 자처한 이번 새만금 잼버리대회를 놓고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바쁜 정치인들에게 딱 어울리는 지적이 아닌가 싶다.

엎친데덮친격으로 폭우와 강풍을 동반한 태풍까지 한반도를 향해 북상하면서 결국 이번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는 추락한 대한민국의 신뢰성을 다시 주워 담을 기회조차도 없이 도중하차했다.

새만금 잼버리대회를 통해 얻으려고 했던 국가 이미지 제고, 민간교류 확대를 통한 공공외교 활성화라는 거대한 목표는 물 건너갔다. 유·무형의 경제적 가치를 논하는 것조차 부질없는 것이 돼버렸다. 3만6000여 명의 전 세계 청소년들이 이번 잼버리를 마치고 대한민국에 대해 어떤 인상을 가지고 돌아갈지는 물어보나 마나 뻔해졌다.

올림픽을 두 번(동·하계) 치르고 월드컵까지 훌륭하게 치러냈던 이 나라가 어쩌다 이 모양이 됐는지 통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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