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옳을 수만은 없다
내가 옳을 수만은 없다
  • 김진숙 수필가
  • 승인 2023.08.08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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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포럼
김진숙 수필가
김진숙 수필가

 

코로나19가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의 무차별적 공격에 사람들의 공포는 극에 달했다. 공공장소에서 말만 크게 해도 눈총을 받았고, 철모르는 아기들조차 바이러스의 온상은 아닌지 의심의 눈으로 보게 되었다.

외국에서는 자신의 연인이 코로나에 걸렸다고 오해한 남성이 연인을 살해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그 사건이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이유는 부검 결과 그 여인이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잘못된 확신이 겉잡을 수없는 비극을 부른 것이다.

개그맨 이경규씨가 남긴 말 중에 명언으로 남은 말이 있다. “무식한 사람이 신념을 가지면 무섭다”라는 말이다.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 보았을 것이기에 많은 이의 공감을 얻어 명언으로 등극했을 것이다.

예전에 흔히 쓰던 말 중에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는 말이 있었다. 모르면서 우기는 것보다는 차라리 가만히 있는 것이 전체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렇지만 사람이 어디 그런가? 아무리 부족한 사람이라도 자기가 옳다고 우기고 싶은 신념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그것이 정말 옳은 것이라면 상관없겠지만 옳지 않은 것이라면 그 폐단은 그 사람뿐만 아니라 주변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국 현대 소설을 대표하는 작가 김동리씨의 소설 중에 무녀도라는 작품이 있다. 기독교인이 된 아들을 예수 귀신이 쓰였다며 박해하던 무녀 모화가 아들을 살해하고 자신마저 익사하는 비극을 그린 작품이다. 무녀도에서 다룬 것은 단지 한 가정의 비극이지만 그릇된 판단을 가진 한 인물로 인해 전 세계가 아비규환이 된 적도 있다. 히틀러가 일으킨 세계 제2차 대전은 공식 집계 약 5,646만명 비공식 집계 7,300만 명의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독일민족생존권수립이라는 명분이 있었지만 그것이 과연 그 많은 사람을 죽게 할 만큼의 가치가 있었다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히틀러의 그릇된 신념과 망상이 평화롭던 세계를 피로 물들인 것이다.

어느 노시인으로부터 내가 `절대'라는 말을 너무 남용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러고 보니 내 글이나 말 곳곳에 `절대'라는 표현이 많이 쓰이고 있었다. 내 의견을 꼭 관철시키고 싶은 마음이 `절대'라는 강한 어휘를 사용하게 했을 것이다. 이만큼 살아보니 절대라는 말을 쓸 만큼 옳은 것도 옳지 않은 것도 없다는 것이 노시인의 말이었다.

절대라는 말로 너무 많은 것을 옭아매며 살지 말라는 것이 그 뿐의 뜻이었다. 절대 돌아가실 것 같지 않게 정정하시던 그 분은 그로부터 일 년도 지나지 않아 암으로 세상을 떠나셨다.

그 분의 지적을 받은 이후 절대라는 표현을 삼간다고는 했지만 행동조차 그랬다고는 장담 할 수 없다. 아마 그 이후로도 내 의견을 강요하는 횡포를 수도 없이 저지르며 살았을 것이다. 나에게는 절대 옳았어도 그들에게는 옳지 않을 수도 있었을 일을 가지고 말이다.

지금 세계는 자신의 생각이 절대 옳다고 판단한 푸틴이 일으킨 전쟁으로 아수라장이 되어 있다, 무차별 폭격에 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세계경기는 침체되어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어떤 신념이 사람의 생존권보다 귀할 수 있단 말인가? 모든 것을 깨부수는 전쟁이 어찌 옳을 수 있단 말인가? “무식한 사람이 신념을 가지면 무섭다”라는 이경규씨의 말이 서늘한 가르침을 주는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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