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만큼은 過해도 좋다
안전 만큼은 過해도 좋다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3.08.07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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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지난 일요일 저녁 서울 강남터미널엔 평소와 다르게 차량이 붐볐다. 휴일을 맞아 지방의 고향에 내려갔다가 귀경하는 이들을 맞이하는 인파가 몰린 탓이었다.

이유는 단 하나. 최근 연이어 벌어진 흉기난동 사건 때문이다. 그래서 강남터미널 주차장은 물론 인근 유료 주차장들도 대부분 `만차'가 돼 주차 전쟁을 벌일 정도로 혼잡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물론 강남터미널만 붐빈 것은 아니다. 서울역은 물론 영등포를 비롯해 서울과 수도권 주요 도시 대부분의 역사와 버스터미널엔 평소보다 많은 `환영객'이 몰렸다.

이날 밤 9시 서울역에 아내를 데리러 나왔다는 김성수씨(43·서울 강북구)는 “평소 아내가 매 주말이면 노부모가 계신 청주에 있는 친정에 다녀오는데 오늘은 걱정이 되어 직접 데리러 나왔다”며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하면서 나와 같은 마음으로 마중나온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연숙씨(35·여·서울 영등포구)도 “평소에는 혼자 다녔는데 오늘은 불안해서 약혼자에게 마중을 나와달라고 부탁했다”며 “터미널이나 백화점 등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곳엔 가급적 가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2023년 여름. 대한민국이 갑자기 `타인 공포증'에 휩싸인 나라가 됐다. 길을 가다가 낯선 이가 갑자기 칼이나 흉기 등을 휘둘러 살인 등 끔찍한 위해를 가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서울 신림역 상가 골목에서 조모씨(33)가 행인을 상대로 무차별 흉기를 휘둘러 20대 남성 1명이 사망하고 30대 남성 3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어 보름 후인 지난 3일 경기 성남에서 최모씨(23)가 차량을 몰고 인도로 돌진해 사람을 치고, 백화점에서 흉기를 휘둘러 60대 여성 1명이 사망하고 12명이 중상을 입었다.

경찰 조사 결과 조씨는 사이코패스 진단을 받았으며 최씨는 3년 전 조현성 인격장애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불특정 다수를 향한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은 오래전부터 빈번하게 발생했다.

올해만 하더라도 사람에게 치명적인 위협을 가한 사건만 앞의 두 사건을 포함해 10여건에 달한다.

지난 1월 제주에서는 한 남성이 제주시 대학로 인도에서 20대 청년의 얼굴을 이유없이 돌덩이로 가격해 붙잡혔다.

2월에는 광주시 북구에서 20대 남성이 오후 5시에 길을 지나던 50대 어머니와 20대 딸의 머리를 빈 맥주병으로 폭행하다 쇠고랑을 찼다. 지난달 12일에는 경기 양평군에서 30대 남성이 지나던 2명의 남성에게 흉기를 휘둘러 중상을 입혔다.

경찰이 지난 6일 전국에서 범죄가 우려되는 3444개소를 선정해 경찰은 물론 자율방범대원 등 협력단체 방범 지원 인력 2만2098명을 배치했다. 터미널이나 대형마트 등 1개소당 6~7명꼴로 감시의 눈이 작동한다는 뜻이니 다행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호우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을 때 중앙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이런 말을 했다.

“(기후)이상 현상이니 어쩔 수 없다는 (공무원들의)인식은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

평소 안전에 관한 만큼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지론에서 나온 공무원들에 대한 질타이기도 했다.

사이코패스가 흉기를 들고 돌아다니는 돌발상황에서도 `절대로 무사하도록' 국민의 생명을 지켜줄 수 있는 공권력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로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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