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 이송현 진천교육도서관 사서
  • 승인 2023.08.07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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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 읽기
이송현 진천교육도서관 사서
이송현 진천교육도서관 사서

 

홈플러스 앞 육교에 9월 열리는 충북교육도서관 북 페스티벌 현수막이 걸려 있다. 현수막엔 네 명의 작가 사진이 있었는데 `고래'의 천명관 작가가 유명한 걸 알면서도 강남길 배우가 눈에 먼저 들어온다. 웹툰 작가가 오는 것도 알겠는데 낯설고 흔한 이름 김지수는 누군가 검색해봤다.

이어령의 마지막 인터뷰어, 국내외 석학들과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탁월하게 묻고 듣고 옮기는 작가라는 수식어를 가진 `자기 품위를 스스로 지키는 사람들'이라는 뜻의 `자존가들'을 비롯해 `위대한 대화' 등과 같은 인터뷰집 등을 쓴 유명한 작가였다.

챗GPT, 인공지능이 화두에 올라 `질문'의 중요성과 인간의 `자존감'과 `공감능력'을 통한 사회적 연대 등 AI로 대체 불가인 능력을 강조하는 요즘, 수많은 인터뷰이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꺼내고 정리한 엄청난 내공의 작가가 오셔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실까 기대를 감출 수 없다.

제천 세명고 이동진 선생님이 진행하신 정지아 작가와의 만남에 간 적이 있다. 입구는 책 속 문장을 꺼내 적은 현수막들이 나부끼고 모니터에는 작가의 인터뷰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그렇게 정성스레 준비된 장소에서 등장인물과 배경, 그리고 작가님의 이야기를 구례의 로드뷰까지 찾아 질문하는 진행에 감동받았다. 작가가 단독으로 진행하는 강연도 좋았겠지만 좋은 인터뷰어가 함께하는 북 토크는 또 다른 울림이 있었다.

숙명적으로 물음표와 느낌표를 오가며 사셨다는 이어령 선생님과의 대담을 `inter의 신비'로 이어령과 김지수의 틈새에서 독창적인 텍스트로 기록한 도서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김지수 지음·열림원)은 그런 북토크 같기도 했다. 오랫동안 인터뷰어로 살아오면서 질문하는 한, 모든 사람은 배우고 성장한다는 김지수 작가는 `은유와 비유로 말할 참에 듣는 귀가 필요하다.'라는 이어령 교수의 은유 가득한 유언의 듣는 귀로, 이 땅에 남은 자들의 가슴을 적셔줄 잠언에 가까운 카운슬링의 언어를 그녀가 얼마만큼 알고 얼마만큼 모르느냐에 따라 신이 나서, 분이 나서 그가 목청을 높여 쏟아내실 수 있는 대화의 자리를 만들고 그 내용을 나처럼 얕은 식견을 가진 사람도 소화할 수 있는 글로 정리했다.

철학자에게 인생이란 무엇입니까, 아인슈타인에게 과학이란 무엇입니까 처람 책 한 권으로 담을 수 없는 큰 질문을 경계하라며 큰 이야기를 하면 틀린 말이 없고 지루하기에 차이는 작은 이야기 속에서 찾아야 한다고 케이스 바이 케이스에 진실이 있다는 말처럼 책은 작은 이야기들을 풀어놨건만 책의 내용은 쉬운 데 쉽지 않아 책장이 느리게 넘어갔다.

손잡이 달린 컵의 비유로 서로 타자인 컵과 나의 관계 맺기를 손잡이라는 접속장치를 통해 손잡이는 누구의 것이고 손잡이 달린 인간으로 사느냐 손잡이 없는 인간으로 사느냐의 차이까지 설명하는 드라마틱한 인터뷰가 실린 이 책은 이어령 작가와의 손잡이가 되어 주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목'이 막히지 않고 사이가 편안한 상태라는 `디지로그'라는 화두를 진작에 던진 시대의 지성이라는 키워드가 무거워 감히 서가에서 꺼내지도 못했던 이어령 작가를 책으로라도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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