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자의 목소리…실천하는 평화와 통일
낮은 자의 목소리…실천하는 평화와 통일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10.09 23: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종교칼럼
김 훈 일 <초중성당 주임신부>

지난 2일 노무현 대통령이 육로를 통해 평양으로 올라가 분단 이후 두 번째 남북 정상회담을 했다. 그리고 한반도의 긴장과 대결을 해소하고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많은 현안에 대해서 두 정상은 합의했다.

한반도의 평화로운 미래가 실현되며, 부강한 민족 번영이 현실이 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그러나 언론의 호들갑스런 보도와 막연한 기대가 넘쳐나는 분위기속에서 무엇인지 신뢰가 가지 않는 부분들이 너무나 많다.

이번 정상회담의 합의 사항이 평화를 위한 진일보한 회담이 아니기 때문이다. 남북 간의 수많은 회담은 사실상 1972년 있었던 '7·4 남북공동성명'을 반복하고 있는 것뿐이다. 이 회담의 핵심내용은 통일의 3대 원칙으로 자주, 평화, 그리고 사상·이념·제도의 차이를 초월한 민족적 대단결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긴장상태 완화와 신뢰분위기 조성, 무력도발 중지와 불의의 군사적 충돌사건 방지를 위한 적극적 조치 강구, 다방면적 남북교류의 실시, 합의사항 추진과 통일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남북조절위원회 구성·운영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야말로 성명 발표로 끝나고 아무런 실천도 없던'7·4 남북공동성명'은 1992년에 있었던 남북기본 합의서로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난다. 이 합의서에서는 '7·4남북공동성명'에서 천명한 조국통일 3대 원칙을 재확인하고, 민족 화해를 이룩하며, 무력 침략과 충돌 방지, 긴장 완화와 평화 보장, 교류 협력을 통한 민족 공동의 번영 도모, 평화통일을 성취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 합의서 또한 아무런 실천도 없었고 94년에는 전쟁의 위험이 있을 만큼 남북 간의 긴장의 파고는 더욱 높아만 갔다. 남북한은 다시 2000년에 남북의 정상이 만나'6·15 공동선언'을 한다. 그 내용을 보면 '7·4 남북공동성명'의 2000년도 판이다. 통일문제의 자주적 해결, 남북 간의 연합체적 통일반안, 이산가족의 상봉, 경제협력과 문화교류의 확대, 그리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남북 관련부서들의 협의를 규정하고 있다.

6·15 선언 후 7년이 지났다. 사실 진일보한 실천도 있었다. 그러나 남북한의 갈등 문제, 한반도의 평화에 관한 문제는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 금강산에 가고 개성에 남한의 투자로 공단도 설립됐지만, 전쟁의 위험은 현존하고, 북녘의 동포들은 굶주리며 죽어가고 있고, 남한은 성장의 한계로 허덕이고 있다. 이산의 아픔을 간직한 이들의 한이 얼마나 깊은데 아직 면회소 하나 없고 편지 한 장 주고 받을 수도 없으면서 무슨 성명은 그리 장황한지 모르겠다. 이산가족이 상봉하는 일이 미국이나 중국의 눈치를 볼 일인가. 굶주리고 병들어 죽어가는 동포들에게 실질적 도움도 주지 못하고 있는데 경제협력과 사회·문화 교류는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지 모르겠다. 금강산에 오르는 것은 남북한 주민들 모두 함께 오르는 것이지 금강산을 정복하려는 것이 아니다.

남북한의 정치인들은 반성해야 한다.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를 확대하기 위해서 통일의 노력을 볼모로 잡아서는 안 된다. 평화를 위한 가식적인 외침이 아니라 아픔을 이겨내는 실천이 있어야 한다.

평화를 바라는 하느님께서는 이 세상을 내려 보시며 우리 한반도에서 눈을 떼실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 어리석은 민족을 위해서 오늘도 십자가에 다시 못 박히는 심정으로 우리를 위해 은총을 내려 주신다. 평화의 하느님께서 우리 민족과 함께 하고 어리석은 우리의 죄를 용서해 주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민족의 번영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지도자가 나올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