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리움
테라리움
  •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 승인 2023.08.02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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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교육대학원 수업이 한창이다. 이번 학기에는 오랜만에 원예수업을 개설했다. 교육대학원 계절학기 수업은 월요일에서 토요일까지 한 주는 오전, 한 주는 오후에 두 주 동안 진행되는데, 올여름 열기만큼이나 수강생의 관심과 참여가 뜨겁다. 지난주는 오전 강의여서 원래 9시 수업을 8시로 당겨 학교 캠퍼스 정원 산책도 하고 꽃 시장 휴가 전에 아름다운 꽃꽂이도 해 보았다. 이번 주는 오후 수업이라 더위를 피해 주로 실내 원예 활동을 주로 할 예정인데, 오늘 수업 주제는 `테라리움'이다.

테라리움(Terrarium)은 라틴어로 테라(terra, 땅)와 아리움(arium, 공간)의 합성어로, 투명 용기 속에 흙과 식물, 장식 소품을 넣어 식물을 가꾸는 원예 방식을 이르는 말이다. 수족관이 물을 뜻하는 아쿠아(aqua)와 아리움(공간)이 합쳐져 아쿠아리움이라 불리는 것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물을 채워 물고기를 키우는 대신 테라리움에서는 토양을 채워 식물 또는 작은 동물을 키운다.

최초의 테라리움은 외과 의사이자 당시에는 아마추어 박물학자였던 나다니엘 백쇼 워드(Nathan iel Bagshaw Ward)가 만들었다. 1829년 워드는 밀폐된 유리 상자에서 식물이 물 없이 장기간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발견했다. 그는 식물을 유리 상자 속에 넣고 런던에 위치한 자신의 집에서 4년간 키운 끝에, 1833년 영국 토착 식물을 호주 시드니까지, 당시로는 가장 긴 항로였던 그 바닷길에 식물을 실어 보내 자신의 발명품을 시험했다. 6개월 후 식물들은 완벽한 상태로 시드니에 도착했다. 그 유리 상자, 일명 워디안 케이스(Wardian Case)에 호주의 식물을 채워 영국으로 돌아왔는데, 영국에서 절대 볼 수 없었던 호주 자생 풀고사리가 아주 건강하고 싱싱한 상태로 영국에 도착했다.

워디안 케이스는 자연 속에서 자라고 있는 식물의 생리작용과 대기의 자연 순환 법칙을 따라 만들어졌다. 유리 상자로 밀폐된 환경에서는 유리가 빛을 흡수하면 내부 온도가 상승한다. 그 결과 뿌리에서 빨아 올린 물이 식물의 기공을 통해 증발하게 되고, 증발한 수분은 유리벽에 물방울로 응결한다. 이 미세한 물방울은 한데 모여 구름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되고, 수분은 비가 되어 다시 흙으로 떨어진다. 또 식물은 낮에는 잎에서 광합성에 의하여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내뿜지만, 밤에는 호흡작용으로 산소를 흡수하고 이산화탄소를 내뿜는다. 물과 공기가 용기 밖에서 유입되지 않아도 식물이 생존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테라리움도 이 원리를 그대로 따른다. 개방식 테라리움은 용기 공간의 제한이 있을 뿐 일반 화분에 심는 것과 비슷한 반면 워디안 케이스를 모방한 밀폐식 테라리움은 물과 공기의 외부 유입 없이 생장한다는 면에서 하나의 닫힌 생태계와 같다. 닫힌 생태계를 유지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직사광선이 테라리움에 그대로 쪼이면 온도 상승으로 식물의 잎이 누렇게 뜬다. 빛이 너무 부족해도 광합성이 이뤄지지 않는다. 또 토양이 오염되면 곰팡이가 생겨 용기 내 생물이 생존하기 어렵다. 밀폐식 테라리움은 매우 섬세한 구성이 필요한데, 빛, 물, 공기의 순환 비율이 균형을 이룰 때에야 식물이 생장할 수 있다.

테라리움은 작지만 소우주 하나와 같다. 지난 3월에 만든 테라리움에는 고사리를 심었다. 하지만 얼마 후 고사리가 시들해지더니 죽고만 것이 아닌가? 이끼도 있어 가끔 물을 주며 지켜보았는데 지난 7월 새로운 싹을 돋아내고 어린 고사리 잎이 피어났다. 식물 스스로 균형을 맞추어 간 모양이다.

이 뜨거운 여름, 자생력만 믿기에는 지구의 환경 변화가 심하다. 그래도 어쩌랴? 일회용품을 줄이고 가능한 걷고 작지만 식물을 가꾸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밖에. 지구에도 작은 고사리가 새로 돋아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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