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참사' 수뇌부가 책임져야
`오송참사' 수뇌부가 책임져야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3.07.31 1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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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총체적 난맥.

지난달 14명의 인명을 앗아간 청주 오송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이 말밖엔 없을 것 같다. 구청과 시청, 도청, 경찰에 이어 이번엔 119까지. 국민의 생명을 지켜줘야 할 국가 공공기관들이 모두 제 할일을 제대로 하지 않아 생때같은 자식을, 신혼의 꿈에 젖어 있어야 할 남편을, 이제 겨우 효도 받게 된 부모님을 하늘나라로 보내고 말았다.

소방청에 따르면 사고 전날인 지난달 14일 오후 5시 21분 한 남성이 119로 전화를 걸어 `미호천 제방이 붕괴될 것 같아 대책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신고 전화를 했다.

이 남성은 “재해예방 신고가 가능한가?”라며 “미호천 교량 공사를 하고 있는데 기존 둑을 허물고 교각 공사를 했다. 교각 공사 밑에 임시로 흙을 성토해 놨는데 차수막이나 이런 것을 안 대 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거기가 허물어지면 여기 조치원에서 청주로 가는 교통이 마비되고 오송 일대가 물난리 날 것 같다. 상류에서 지금 비가 안 오면 괜찮아도 비가 오면 그럴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어 “저는 어디에다가 신고할지를 몰라서 `관련 기관에 협조 요청을 할 수 있나'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신고를 접수한 119상황실 근무자의 대응은 `무사태평'이었다. 그는 “그렇게 되면 조금 위험해 보이긴 한다”면서도 “지금 출동 인력들이 다 지금 거기에 대처하고 있어서 예방 차원으로 갈만한 인력이 없다”고 답변했다.

심지어 신고자에게 “뭐 구청이나 이런 데 한 번 전화를 해보시겠어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마치 강도가 문앞에서 칼을 들고 침입하려는 상황에서 피해자가 112 신고를 했는데 담당 경찰이 “우리(경찰)는 바빠서 못 나가니 구청이나 소방서로 연락해보라”고 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119의 황당한 답변을 들은 신고자는 낙담한 채 이런 말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아, 제가 할 일은 아닌 것 같고요. 그냥 물 들어오면 물 맞죠 뭐. 수고하시고요.”

사람들에게 뭔 일이 생기면 책임을 지라는 뜻의 `뼈 있는' 질책의 말이었다.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는 이 전화가 걸려온 지 정확하게 11시간 20분 후에 발생했다. 만약 이때 119가 다급한 현장 상황을 인식하고, 시설 통제·관리 기관인 충북도청과 청주시청, 구청, 경찰 등 각 기관과 공조 대응을 했다면.

사고 전날 이 남성의 119 신고 이후에도 사람들을 살릴 기회는 숱하게 있었다.

국무조정실 감찰 결과 충북경찰청은 두 차례나 112 신고를 접수했으며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하 행복청)은 미호천교 공사 감리단장으로부터 7회나 신고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충청북도는 행복청에서 3회, 청주시는 현장 감리단장과 행복청, 경찰청 등에서 10회 신고를 받았다. 사고를 막을 수 있었던 기회가 무려 23차례나 있었다는 얘기다.

감찰 조사를 마친 국무조정실이 이번 사고에 책임이 있는 5개 기관 공무원 36명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런데 수사 의뢰 대상에 정작 책임을 져야 할 단체장이나 최고 수뇌부 공무원들은 죄다 빠졌다.

유족들은 물론이거니와 여론도 `꼬리 자르기'라며 들끓고 있다. 이번 사고는 중대재해법이 적용돼야 할 인재다. 물관리를 제대로 해야 할 환경부장관, 지하차도를 통제하고 대피시켜야 했던 도지사와 시장, 제방 공사를 감독했던 행복청장 등 모두 책임을 져야 한다. 일벌백계도 모자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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