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에 법률지원단부터 꾸리자
교육청에 법률지원단부터 꾸리자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3.07.3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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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며칠 전 한 신문에서 `요즘 미국 부모의 훈육법'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봤다.

미국의 부모들이 공부를 등한히 하거나 말을 듣지않는 자녀에게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너 말 안들으면 한국으로 유학 보낸다.” 입시지옥에 빠져 초등학교 때부터 밤늦도록 학원 순례를 하거나 경쟁에서 밀려 좌절감을 씹어야 하는 한국 학생들의 고난에 찬 일상이 전세계에 알려진 데 따른 현상일 터이다.

앞으론 외국의 학생들뿐 아니라 교사들도 비슷한 협박(?)을 당할 것 같다. “당신 말 안들으면 교환교사로 한국에 보낼거야.”

지난 22일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전·현직 교사 2000여명이 모여 교사의 교육권 보장을 외쳤다. 극단 선택을 한 서이초 교사를 추모하고 진상 규명을 촉구하기 위해 연 집회였다.

교원단체가 주최한 게 아니라 교사들이 SNS를 통해 뜻을 모아 자발적으로 연 행사였다. 초등교원노조 설문조사에 따르면 초등교사 99.2%가 교권침해를 경험했다고 한다.

거의 모든 교사가 피해를 겪었다는 말이다. 침해사례 중 49%가 학부모의 갑질민원으로 압도적 1위다. 집회 와중에 제자에게 폭행을 당하고 학부모에게 욕설을 듣는 등의 기가막힌 사례들이 우후죽순처럼 터져나오고 있다. 이런 나라에 가서 교사를 해보겠느냐고 하면 누구든 기겁을 할 것이다.

학생뿐 아니라 교사도 불행한 우리 교육현실의 참담함이 베일을 벗었지만 시작일 뿐이다.

정부는 학생인권조례 개정, 교권침해 행위 학생부 기재, 아동학대처벌법 적용 완화 등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폭넓은 공감을 얻지는 못하고 있다.

갑자기 없던 대책을 찾는다고 묘책이 튀어나오지는 않을 터, 있는 제도는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 지도 살펴봤으면 좋겠다.

학교마다 설치된 교권회복위원회 얘기를 해보자.

교원지위법에 따라 설치된 기구로 교사, 학부모, 전문가, 변호사 등이 참여해 교권침해 예방, 교권침해 학생 및 학부모 조치, 분쟁 조정 등의 역할을 한다. 교권을 침해당한 교사가 도움을 청하고 의지할 수 있는 장치이지만 구실을 못하고 있다. 교원노조 설문에 따르면 교권 침해를 겪은 교사의 17% 정도만이 이 위원회 소집을 요구했다고 한다.

소집권자인 교장의 소극적 태도도 지적받지만 보다 큰 이유는 위원회 결정이 불복한 학부모에 의해 소송으로 연장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점이다. 위원회에서 불리한 결정이 나오면 학부모가 상대 교사를 아동학대로 고발하기 일쑤라는 것이다. 학생을 나무랄 때 언성을 높여도 `정서 학대'로 판단하는 아동학대 규정의 엄격성을 악용해 교사를 궁지로 모는 학부모가 적지않은 탓이다.

아동학대 고발은 무고가 성립되지 않는다. 경찰은 조사를 자체 종결할 수 없고, 반드시 검찰에 송치해야 한다. 다시말해 아동학대로 고발된 교사는 무고를 당했다 하더라도 검찰수사까지 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 법정에서 무고로 종결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무고한 당사자에겐 어떤 책임도 묻지않으니 악용을 부추기는 맹점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 법을 폭넓고 엄격하게 운용하자는 취지를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엄중한 법에 가장 가까이 있어 언제 맞닥뜨릴지 모를 교사의 자구권도 보장해야 법이 지향해야 할 형평의 이치에 맞는다.

우선 교육청마다 전문 변호사가 참여하는 법률지원단을 구성하길 권한다. 학생의 교권 침해나 학무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는 교사를 전담해 상담하고 함께 대처하는 조직을 만들자는 얘기다. 교권회복위원회 결정이 학부모에 의해 수사나 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해당 교사 홀로 분투하는 일이 없도록 절차를 대행하는 역할도 이 기구가 맡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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