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때려치워!
당장 때려치워!
  • 반지아 청주초롱꽃유치원 행정부장
  • 승인 2023.07.3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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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반지아 청주초롱꽃유치원 행정부장
반지아 청주초롱꽃유치원 행정부장

 

누군가는 말한다. 죽음도 삶의 일부이기에 두려워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 된다고.

하지만 나는 조금도 동의할 수가 없다. `죽음'이라는 글자와 나 자신, 혹은 내가 아는 누군가를 동시에 떠올리는 순간 급격하게 사지가 마비되는 듯한 공포가 온몸을 휘감기 때문이다.

그만큼 누군가에게 죽음은 결코 의연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 현상이다. 그런데 요즘 무려 죽음을 스스로 선택한 이들의 소식이 연이어 전해지면서 많은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하고 있다.

어떤 죽음도 사연이 없지 않고 그렇기에 다 안타깝고 슬프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겨준 죽음은 아마 한 초등학교 선생님의 안타까운 선택일 것이다.

나 역시 기사를 처음 접했을 때 고인의 시신이 발견된 장소에 너무도 충격을 받았고 고인의 나이를 알고는 단전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뜨거운 한숨을 참을 수가 없었다.

이제 막 교사로서 자신의 신념과 포부를 키워나가고 있던 젊은이를 누가 벼랑 끝까지 내몬 것일까. 그런데 고인을 향한 진심 어린 추모가 이루어지기도 전에 이 질문의 답을 찾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우리 사회는 서로서로 저격하며 또 한바탕 진흙탕 싸움을 하고 있다.

고인을 지켜주지 못한 우리가 고인 앞에 더 이상 부끄러워지지 않도록 나는 모두가 입을 열기 전에 한 번 더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길 바란다.

물론 교권이 추락한 현실을 바꾸는 것도, 자기 자식 옹호하느라 말도 안 되는 민원을 밥 먹듯이 넣는 학부모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 주는 것도 다 중요하다.

하지만 나는 이 모든 것에 앞서 너무도 허망하게 버려지는 목숨을 구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자연재해나, 질병과 사고와 같이 인력이 미치지 못하는 죽음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하더라도, 최소한 나이와 성별, 직업을 불문하고 스스로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 사람이 자꾸 늘어나는 건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계속해서 쏟아지는 수많은 기사와 갑론을박을 보며 나는 문득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구의 한 중학생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학생의 어머니가 방송에 나와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학교가 힘들면 그만두면 돼요. 목숨이 더 중요해요” 살아생전 누구라도 고인이 되신 그 선생님께 진심으로 저 말을 해주었다면 어땠을까.

당신이 쥐고 있는 그 어떤 것도 당신이란 존재 그 자체를 대신할 수 없다고, 당신이 살아 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해주며 토닥였다면, 누구보다 학생들을 사랑했고 마음을 다했다고 알려진 아름다운 청년에게 그만큼 아름다운 또 다른 인생이 펼쳐지지 않았을까.

지금, 이 순간에도 학교생활이 너무 괴로워서, 직장생활이 너무 힘들어서 죽어버리고 싶다는 생각 하는 이들이 셀 수 없이 많을 것이다. 두 손 모아 간절히 제발 그들이 지옥 같은 그곳에서 죽음이 아닌 `탈출'을 생각하길 바란다.

무엇보다 당신을 위해, 그리고 당신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죽을 만큼 힘들다면 그 주체가 무엇이든 당장 때려치워야 한다.

가수 노라조가 부른 노래 `형'에는 이런 가사가 있다. `바람이 널 흔들고 소나기 널 적셔도 살아야 갚지 않겠니' 꼭 기억하길. 살아야 한다. 반드시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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