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과학을 통해 몸에 힘 빼기?
뇌 과학을 통해 몸에 힘 빼기?
  • 김귀룡 충북대 철학과 명예교수
  • 승인 2023.07.30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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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김귀룡 충북대 철학과 명예교수
김귀룡 충북대 철학과 명예교수

 

스트레스를 쌓지 않으려면 몸과 마음에서 긴장을 풀면 된다. 긴장을 풀려면 긴장하고 있는 곳을 알아야 해서 몸을 전체적으로 살펴봐야(body scan) 한다. 몸을 아는 가장 좋은 방법은 두뇌(brain)를 들여다보는 일이다. 몸의 작용은 모두 두뇌 작용이기 때문이다. 두뇌 작용을 연구하는 최첨단의 학문이 뇌과학(brain science)이다. 뇌 과학에서는 두뇌를 감각 입력(input)에서 행동으로의 출력(output) 과정 전체를 관장하는 정보처리 장치로 본다.

두뇌의 시각정보처리과정을 나열해보자. 우리 눈에 들어오는 빛의 파장은 수정체-유리체-망막-시상(thalamus)-후두엽 시각정보처리 피질(V1-V2-V3-V4-V5-V6-V7)-두정엽 감각연합 피질-해마(편도체)-전두엽 시각정보 처리 피질-전전두엽 계획 및 결정(decision) 담당 피질, 예측 담당 피질-두정엽 행동 배분 담당 피질-척수-팔다리에 도달하여 행동으로 옮겨진다. 무슨 말인지도 모를 정도로 복잡하다.

두뇌의 정보 처리과정에서 짚어야 할 점은 특정의 감각, 인지, 느낌, 정서, 행위가 두뇌의 특정 부위에 대응되어(mapping)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특정 부위가 활성화되지 않으면 생각, 느낌, 행위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의미한다.

예를 들어 자라를 본 사람이 솥뚜껑을 보고 놀라서 가슴이 뛰었다고 하자. 가슴이 뛰는 건 뇌에 피가 공급이 된다는 걸 의미한다. 솥뚜껑을 보고 두려움이 생긴 경우에는 위의 단계 중에 해마(편도체)에 불이 켜진(煩惱) 것이다. 곧 어떤 표상(image)이 해마에 전달되어 과거에 자라를 본 기억을 소환하여 편도체에 전달했기 때문에 두려움이 생긴 것이다. 기억은 해마, 슬픔, 기쁨, 분노 등과 같은 감정이나 정서는 편도체가 작동해야 일어나며, 나(self), 다른 사람(others) 등의 존재에 관한 관념은 전·후대상(帶狀) 피질(anterior/posterior cingulate cortex)이 활성화되어야 생긴다.

두뇌에 불이 켜지지 않고 일어나는 몸과 마음의 작용은 없다. 곧 두뇌에 불이 켜지지 않으면 몸과 마음에 일어나는 일이 없다. 편도체가 작동하지 않으면 감정을 느낄 수 없고, 전·후대상피질이 고장 나면 자아가 분열되고, 타자에 대한 감각이 사라진다. 전전두엽의 특정 부위가 고장 나면 결정 장애가 생기고, 예측 부위가 고장 나면 우선성(priority)에 대한 판단이 마비된다.

만약 두뇌의 특정 부위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음에도 작동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예를 들어 편도체가 정상임에도 그게 작동하지 않으면 감정적이 되지 않아 초연해진다. 곧 기분 나쁜 사람을 봐도 화가 나지 않는다. 사실 기분이 나빠지지 않는다. 해마가 정상임에도 그게 활성화되지 않으면 현재 일어나는 일을 과거에 빗대어 보지 않게 된다. 곧 과거를 자랑스러워하거나 후회하지 않고 현재에 충실하게 된다. 전·후대상(帶狀) 피질에 불이 켜지지 않으면 내(self)가 생기지 않고 다른 것들(others)에 대한 관념도 생기지 않는다. 그러면 자타(自-他) 구분이 없어진다. 자타 구분이 없어지면 자기중심적 사고를 하지 않게 되고 다른 사람들 눈치를 보지 않게 된다.

몸에 힘을 빼기 위한 바디 스캔의 핵심은 두뇌를 쉬게 하는 일이고 두뇌가 쉬면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는다. 그런데 두뇌를 쉬게 하려면 두뇌의 작용을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특정 두뇌의 작용은 너무나 미세해서 어디에 불이 켜지는지 탐지되지 않는다. 호흡과 같이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본능과 관련된 부위의 활성화는 감지가 쉽지 않다. 그래서 몸에서 힘을 완전히 빼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스트레스 제로 상태에 도달하는 건 그만큼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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