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범준 작명철학원 해우소 원장
  • 승인 2023.07.26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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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문앞에서
백범준 작명철학원 해우소 원장
백범준 작명철학원 해우소 원장

 

표준국어대사전상의 사람이나 동물 또는 자동차 따위가 지나갈 수 있게 땅 위에 낸 일정한 너비의 공간이나 물 위나 공중에서 일정하게 다니는 곳이 공간적(空間的)개념으로의 길에 대한 정의라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개인의 삶이나 사회적, 역사적 발전 따위가 전개되는 과정이나 사람이 삶을 살아가거나 사회가 발전해 가는 데에 지향하는 방향, 지침, 목적이나 전문 분야. 또 어떤 자격이나 신분으로서 주어진 도리나 임무 또는 방법이나 수단. 어떠한 일을 하는 도중이나 기회 등은 인간적(人間的)인 관점과 시간적(時間的)개념으로 규정한 길에 대한 정의이다. 철학적으로 종교적 개념으로의 길도 있다. 동양의 여러 종교에서는 인간의 중요한 가치기준이나 행동양식으로 삼는 도(道)라는 길이 존재한다. 인간의 도덕적인 면을 특히 강조한 유교에서의 도(道)는 인간이라면 마땅히 지켜야할 최소한의 생활규범이자 가치기준이다. 우리가 말하는 인간의 도리(道理)가 유교에서 말하는 도(道)이자 길이다. 불가(佛家)에서의 도(道)는 치우침 없이 바른 견해로 세상을 보는 정견(正見)과 바른 생각인 정사유(正思惟), 바른 언어적 실천인 정어(正語)와 바른 행동적 실천인 정업(正業), 바른 생활인 정명(正命), 깨달음을 향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정정진(正精進), 바른 의식인 정념(正念), 바른 마음가짐인 정정(正定)이 팔정도(八正道)인데 깨달음의 경지인 열반에 이르게 위해 수행해야 하는 여덟 가지 덕목이자 그들의 길이다. 불교에서는 좁은 의미로 위와 같이 불자(佛子)라면 지켜야할 생활방식이자 수행의 길이지만 본질적 의미의 도(道)는 진리(dharma) 그 자체라고 풀이하는 것이 더 옳다. `행복으로 가는 길은 없다. 행복이 곧 길이다.'라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잠언이 그러했듯이.

동양의 철학에서의 도(道) 그중에서도 압권은 노자(老子)가 설한 도가(道家)에서의 도(道)다. 필자가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며 끝끝내 이해하지 못할 계획이며 동양고전 책장에 침 좀 묻혔다는 소위 식자층(識者層)들의 입에 단골로 오르내리는 최고의 문장은 노자의 도덕경(道德經)의 첫 문장이다.

도가도 비상도 (道可道 非常道). 도를 도라고 하는 순간 이미 도가 아니다. 필자의 얕은 지식과 옅은 지혜로 나름 해석한 노자의 도(道)는 말로써 글로써는 도무지 개념 할 수 없는 무한(無限)한 유(有)이자 유한(有限)한 무(無)이며 무한(無限)한 무(無)이자 시작의 끝이고 끝의 시작이며 미묘(微妙)하고도 현묘(玄妙)한 그 무엇이다. 솔직히 모르겠다는 뜻이다. 필자는 살다가 내 능력 밖의 난제에 부딪히게 되면 먹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면 일단 다음 생의 숙제로 남긴다. 정신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얼마 전 필자가 사는 곳에는 비가 쏟아 부었고 그래서 길이 잠겼다. 그 길에는 사람들이 있었으나 끝끝내 잠겼고 그래서 죽었다. 그 길은 누군가에게는 퍼붓는 빗속에서도 먹고는 살아 보기위해 꼭 지나가야만 했던 치열한 삶의 길이었고 또 누군가에게는 어디론가 누군가에게로 가기위해 지나야만 했던 길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있었으나 정부는 없었다. 단지 자연재해라고 치부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고 가능한 대책이 있었다. 지난날 강 건너에서 불구경했던 사람이 이번 물난리에는 산 너머에서 구경이나 했을까 궁금하다. 그의 눈에는 단지 일찍 갔어도 바뀌는 건 없는 현장이었을 뿐이니까.

어떤 일을 겪게 되면 무릎을 치는 사람과 땅을 치는 사람으로 나뉘게 된다. 이제는 익히 알 것 같은 당신들의 속내지만 국민의 피 같은 돈으로 입금해주는 성에는 찰리도 없는 녹봉(祿俸)이겠지만 그거라도 받아먹는 사람이라면 제발 땅을 치는 시늉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아니해라. 그리고 잊지 마라. 당신들이 걷고 있는 정치라는 길 위에도 사람들이 있다. 두 눈 부릅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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