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돈 버는 직장일 뿐
학교는 돈 버는 직장일 뿐
  • 박명식 기자
  • 승인 2023.07.25 1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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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신임 여교사 사망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여교사는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 교실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한다. 유서도 발견되지 않았고, 목격자도 없었다. 경찰은 자살로 보고 있다. 국민들은 새내기 여교사가 교실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만 했던 절박한 사정에 주목하고 있다.

추모 분향소가 전국 곳곳에 설치되면서 고인을 애도하는 국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교조 등 교육계는 여교사가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하던 중 특정 학부모로부터 지속적인 갑질 민원에 시달렸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커뮤니티 상에는 `여교사 학급 한 학생이 연필로 뒷자리에 앉은 학생의 이마를 긋는 사건이 있었고, 이후 피해자의 학부모가 사건 종결 전에 고인의 개인 휴대전화로 수십 통의 전화를 걸어왔다'는 동료 교사의 증언이 나왔다. 또 `서이초등학교 민원 수준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고, 학폭 민원 학부모는 대부분 법조인이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학폭 학생의 조부가 3선 국회의원이다. 이전 담임도 학부모 갑질을 버티지 못하고 교체되었다' 등의 루머까지 터져나왔다.

이번 여교사 사망 사건은 대한민국 교육환경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학폭에 대한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이 지속되고 있는 학교와 그 속에서 교사들이 겪는 고통을 적나라하게 얘기해 주고 있다.

과거 필자가 초등학교에 다니면서 반장을 맡았을 때 교실에서 말썽을 피우는 친구를 때려 귀를 다치게 한 적이 있다. 필자는 담임선생님께 교편(교사가 수업이나 강의를 할 때에 필요한 사항을 가리키기 위하여 사용하는 막대기)으로 엉덩이를 호되게 맞았다. 그리고 담임선생님은 그날 저녁 필자의 집까지 가정 방문해서 아버지께 사실을 알렸다. 그러자 아버지 왈(曰) “선생님 이놈의 자식 더 두들겨 패서 정신 차리게 해 주세요.”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는 필자로서는 너무도 서운하고 억울해 눈물이 펑펑 났다.

과거 우리 부모님들은 자식의 교육과 훈육을 전후좌우 사정 따지지 않고 무조건 학교 선생님에게 맡겼다. 그래서 선생님들은 공부를 잘하는 모범 학생이든, 말썽만 피우는 불량 학생을 따지지 않고 모두 똑같은 제자로 생각하면서 때로는 매로, 때로는 사랑으로 가르침을 펼쳤다.

지금이라도 대한민국 교육환경을 근본부터 다시 뜯어고쳐야 한다. 영어 단어 하나 더 외우고 수학 문제 하나 더 푸는 것이 교육이 아니다. 인의예지(仁義禮智)를 바로 갖춘 `바른' 사람을 길러내는 것이 교육의 기본이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권(敎權)이 바로 서야 한다.

영국과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는 학생에 대한 교사의 생활지도 범위와 내용, 교사의 권리와 권한, 그리고 직무상의 책임을 명확히 지침으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도 교육 현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건 사고의 위험을 교사 개인의 문제로 넘기지 않고 국가나 지역사회 혹은 학교의 책임으로 넘기는 교원 보호법을 운용하고 있다. 그러나 작금의 대한민국 교육환경 현실은 전혀 그렇지가 못하다.

“스승의 그림자는 밟지도 않는다”는 말은 언제부터인가 아예 사라졌다. 오히려 학생 인권만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교사들에게 학교는 그저 돈벌이 수단인 직장 그 자체로 전락됐다.

인간처세(人間處世)에 견리사의(見利思義)라는 성현의 말씀이 있다. 이익을 앞에 두고 올바름을 먼저 생각하는 인재를 길러낼 수 있는 교육이 실천되지 않는 이상 대한민국의 미래는 암울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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