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버텨볼게 … 보고 싶을 거야”
“잘 버텨볼게 … 보고 싶을 거야”
  • 하성진·정윤채기자
  • 승인 2023.07.20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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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송참사 합동분향소·추모 공간 애도 물결
사고 미리 막지 못한 행정기관 원망글 가득
(왼쪽부터) 20일 충북도청 로비에 마련된 '오송참사' 합동분향소에 애도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청주 오송읍 버스환승센터에 마련도니 추모 공간에 추모의 글이 붙어 있다. /하성진·정윤채기자
(왼쪽부터) 20일 충북도청 로비에 마련된 '오송참사' 합동분향소에 애도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청주 오송읍 버스환승센터에 마련도니 추모 공간에 추모의 글이 붙어 있다. /하성진·정윤채기자

 

24명의 사상자를 낸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 희생자들의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20일 충북도청에 참사 유족 합동분향소가 차려졌다. 분향소에는 희생자들의 이름이 적힌 위패 14개가 나란히 놓였다. 합동분향소는 희생자 14명 가운데 연락이 닿지 않는 1명의 유가족을 제외한 나머지의 동의를 받아 마련됐다.

이날 오전 9시부터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유가족들이 가장 먼저 분향소를 찾아 먼저 떠난 가족의 넋을 위로했다.

참사로 어머니를 잃은 딸 이모씨(48)는 두손을 모은 뒤 반절을 하곤 한참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어머니의 이름이 쓰인 위패를 바라보고는 분향소 밖으로 향하다가 다시 발길을 돌렸다.

휴대전화로 위패를 찍은 그는 나지막이 `엄마 잊지 않을게'라고 말하며 발걸음을 뗐다.

출근길에 생을 마감하게 된 희생자 조모씨(32)의 여동생도 분향소를 찾았다.

조문을 마친 그는 방명록에 “오빠, 여기는 걱정말고 좋은 곳 가서 행복해! 함께 잘 버텨볼게 … 보고 싶을거야”라는 글을 남겼다.

오빠가 걱정없이 하늘로 가야한다며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짓던 동생은 분향소를 나가는 길에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저를 그동안 안전히 태워주셔서 감사합니다. 747을 볼 때마다 기억하겠습니다.'

KTX오송역 747번 버스 정류장 앞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도 버스기사와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추모 공간에 놓인 게시판에는 `오송역에 닿지 못한 희생자를 추모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추모 메시지가 담긴 포스트잇이 수십 여장 붙어 있었다.

포스트잇에는 `혹시나 만약 다음이 있다면 그곳에서는 안식을 누릴 수 있길',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부디 그곳에선 못다 핀 꽃 피우시길 기도드리겠습니다'는 글이 쓰여 있었다.

희생자에 대한 위로와 사고를 미리 막지 못한 행정기관을 향한 원망 섞인 말들이 적힌 포스트잇이 게시판 두 쪽을 가득 메웠다.

조그만 탁자에는 국화꽃과 초코우유 등이 희생자들을 위해 한아름 놓여 있었다.

버스를 기다리는 승객들은 추모 메시지를 보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이날 추모공간 앞에서 만난 한지숙씨(55·여·흥덕구)는 “아들, 딸 나이대 청년들이 있어서는 안 될 사고로 숨졌다는 생각에 며칠 내내 마음이 좋지 않았다”며 “유족들에게 보상하겠다던데 수억원을 갖다 바친들 사람 목숨만 하겠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대학생 이현지씨(22·여·서원구)는 “본가를 갈 때마다 오송역을 이용해서 747번 버스를 자주 타는데 이번 희생자가 버스에서 많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이 아팠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결책이 나오길 바란다”고 전했다.

추모 공간을 조성한 길한샘씨(30)는 “제가 자주 돌아다니던 곳에서 사고가 났다고 해 비통한 심정으로 추모 공간을 마련하게 됐다”며 “희생자분들을 추모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성진·정윤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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