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공화국에서 살아가는 법
부동산 공화국에서 살아가는 법
  • 이형모 기자
  • 승인 2023.07.20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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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이형모 선임기자
이형모 선임기자

 

10년 후 부동산 지형은 어떻게 변할까. 부동산 매매를 생각하는 사람은 누구나 해봤을 고민이다. 가만히 있자니 `손해'보는 기분이 들고, 부동산을 사자니 `고점'에서 물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잘못 산 주식은 되팔면 되지만 부동산은 이마저 쉽지 않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아파트는 주거공간 그 이상이다. 부의 상징이면서 성공의 아이콘으로 대우 받는다. 그래서 아파트 가격 오름과 내림에 민감하다.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사람이나 내 집을 갖고 있는 사람 모두 같다. 집 한 채에 울고 웃는 사회에서 주택가격 변동은 그만큼 예민할 수 밖에 없다.

2007년 자신이 쓴 책에서 인구 감소로 인한 부동산 가격 하락을 예견했던 한 증권회사 투자전략 팀장은 출간 12년이 지나 이 전망을 거둬들였다. 생산가능 인구(15~64세) 감소의 영향으로는 집값이 하락하지 않았다는 답을 얻었다.

그가 생각을 바꾼 것은 생산 인구 감소가 집값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았가는 결론을 얻어서다.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사람들이 도시로 몰려오면 주택은 부족할 수 밖에 없고, 집값은 하락하지 않았다. 여기에 노령화가 진행될수록 도시회귀가 심해져 집은 부족해졌다. 노인 인구 중 부유한 사람들은 생활 인프라가 구축된 도시로 다시 돌아왔다. 일본을 비롯한 14개 나라에서 모두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우리나라 10년 후가 일본이라는 말이 있다. 경제 규모도 비슷하고 발전 속도나 부동산 시장, 고령화 등 경제 전반적으로 닮은 구석이 많다.

그래서 부동산 시장의 변화를 예측할 때 일본과 자주 비교한다. 일본은 고도경제 성장기에 치솟는 부동산 `불패 신화'를 체험했다. 하지만 버블이 붕괴되면서 지방의 땅값이 폭락하면서 부동산도 침체를 겪었다.

서울이 일본을 닮아가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값싼 집을 찾아 경기, 인천 등지로 빠져나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전체 인구수 감소와는 달리 1인 가구 증가로 가구수는 늘었다. 도시 밖으로 나갔던 사람들은 다시 직장과 교육 때문에 도시로 돌아와서다.

돈이 없어 서울을 떠났지만 다시 돌아오는 사람이 많아지자 서울 부동산은 대기 수요가 여전히 많다. 그래서 정부가 투기 수요 억제 정책을 쏟아내고, 공급량을 늘려도 부동산 가격은 쉽게 안정되지 못하고 있다. 사회 인프라가 서울에 집중돼 있어 좋은 직장과 교육 환경을 찾아 사람들은 서울로 모여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른 의견을 내는 전문가도 있다. 버블 붕괴로 한동안 일본은 인구가 줄면서 집값이 떨어졌다.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들고, 새 집은 없고, 오래된 아파트만 많아지자 점점 집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었고 집들을 중심으로 경제가 무너져 도시나 마을의 슬럼화가 진행된다. 최근 한국의 상황이 20년 전 일본과 닮았다. 빠져나가는 인구가 들어오는 인구보다 많은 교외지역일수록 땅값 하락이 심했다.

부동산으로 인생 역전을 노리기에는 변수가 너무 많다. 글로벌 경기, 금리, 돌발 악재에 따른 외생 변수가 발목을 잡는다. “집값이 언제 오를지 떨어질지 맞추는 것은 신의 영역”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집을 사고파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한 번 형성된 집값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10년을 내다보고 매수 전략을 짜야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 부동산은 현재보다 미래에 주목해야 한다. 2000년 중반처럼 전국에서 부동산이 동시에 오르는 일은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똑똑한 매매가 필요하다. 세세한 분석을 통해 자신만의 부동산 시나리오를 써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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