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걸 알면서도 승객 우선” `747 버스기사' 눈물의 발인
“죽을 걸 알면서도 승객 우선” `747 버스기사' 눈물의 발인
  • 정윤채 기자
  • 승인 2023.07.19 2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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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깨며 시민 탈출 도와
“누구에게나 따뜻했던 사람”
구순노모 절규 지인들 비통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로 희생된 시내버스 기사 A씨의 발인이 엄수된 19일 오전 그의 어머니가 운구차를 실린 관을 붙잡고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로 희생된 시내버스 기사 A씨의 발인이 엄수된 19일 오전 그의 어머니가 운구차를 실린 관을 붙잡고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주 오송지하차도 침수당시 물속에 고립됐던 `747번 버스' 기사 고 이모씨(58)의 발인이 19일 오전 6시30분 청주의료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절체절명의 위급한 상황 속에 자신보다 승객들의 탈출을 먼저 도운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사고가 난 지난 15일 오전 8시40분. 이씨가 몰던 747번 버스는 사고 당시 전체 길이 685m 지하차도의 터널구간을 거의 빠져나온 상태였다.

터널 끝 부분인 430m 지점에 다다랐을 무렵 순식간에 유입된 엄청난 양의 미호강 흙탕물에 침수됐다.

그 순간 이씨는 버스 창문을 깨가며 승객들의 탈출을 도왔다. 그의 의로운 행적은 침수된 지하차도를 극적으로 탈출해 구조된 생존자들의 증언으로 알려졌다.

사고 후 실종자로 분류됐던 이씨는 이틀 뒤인 지난 17일 오전 1시25분쯤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의롭고 안타까운 사연만큼 그의 발인식은 더없이 침통했다.

반쯤 미소지은 그의 영정 뒤로 유족들과 동료들은 말없이 제사실을 나왔다.

안치실 앞에서 그의 관을 마주한 유가족들은 입을 틀어막고 눈물을 흘렸다. 동료, 지인들은 짧은 한숨을 내쉬곤 고개를 떨궜다.

이씨의 지인들은 그를 `누구에게나 따뜻했던 사람'으로 기억했다.

친구 김모씨는 “친구들의 가족도 자기 가족처럼 챙겼던 사람이었다”면서 “명절마다 빠지지 않고 우리 집에 와 어머니께 인사를 드렸고, 내가 일이 있어 집에 들어오지 못할 땐 대신 우리 어머니를 찾아 보던 사람”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또 다른 친구는 “사고 당시 친구가 승객들에게 `창문을 깨트릴테니 탈출하세요'라고 했다던데 죽을 걸 알면서도 그러고 있었을 모습이 자꾸 아른거려 가슴이 미어진다”고 전했다.

이씨는 원래 택시 기사였다. 그러다 시내버스 기사로 일하고 있던 친구의 추천으로 10년 전 같은 회사에 입사했다고 한다.

궂은 일을 도맡아서 하는 등 매사에 성실함을 보였던 그는 금세 회사에서 인정받았고 몇 년 전에는 전국 단위 승객 안전 최우수 평가도 받았다.

그덕에 그는 베테랑들만 몬다는 747번 버스의 운전대를 잡았다. 그러나 747번 버스는 그의 마지막 길이 되고 말았다. 2023년 7월15일 충청권을 할 퀸 수마에 침수된 747버스 안에서 그는 승객들을 탈출시킨 뒤 의롭게 숨졌다.

“아들아 어딜 가냐…어딜 가.” 아들을 먼저 보내는 구순 노모의 절규가 보는 이들의 가슴에 비통으로 꽂혔다.

/정윤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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