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차도 수해참사 이런 人災 더는 없어야
지하차도 수해참사 이런 人災 더는 없어야
  •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 승인 2023.07.19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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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지하차도에 매몰돼 14명이 죽고 9명이 부상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대명천지 청주에서 발생했습니다. 사고 상황이 전국톱뉴스로 연일 전파를 타서 가족 친지는 물론 평소에 전화 한 통 없던 친구까지 별일 없냐고 안부를 묻는 촌극이 벌어졌습니다. 출근하다 참변을 당한 희생자들의 원통함이 뇌리에 맴돌아 아직도 잠을 설칩니다.

물폭탄의 희생제물이 나 일수도 있고 가족일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에 연민이 큽니다. 누구든 사고시간에 차를 몰고 갔다면 참변을 당했을 터이니 말입니다. 하여 졸지에 불귀의 객이 된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는 유가족과 부상자들에게 충심으로 깊은 위로의 말씀을 올립니다.

이번 청주 오송 궁평2지하차도의 수해참사는 강물의 범람을 초래한 부실한 둑과 지하차도 통행금지 미조치가 주된 원인이었습니다. 한마디로 관계당국의 안이한 대처가 부른 참사였고 인재였습니다.

예로부터 장마 때가 되면, 집중호우가 예보되고 물폭탄이 예견되면 목민관들은 제일 먼저 관내에 있는 저주지와 하천의 둑(제방)들을 둘러보고 안전대책을 강구해왔습니다. 폭우에 둑과 제방이 무너지면 인근 일대가 물바다가 되어 마을과 농경지가 절단이 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재해대책의 기본 중에 기본이 바로 둑(제방)의 안전 확보입니다.

그럼에도 충청북도와 청주시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이 이를 소홀히 해 화를 키웠습니다.

특히 행복청의 부실이 도드라집니다. 미호강 범람의 단초가 행복청이 발주한 미호천교 교량공사에서 비롯되었다는 인근주민들의 성토가 이를 웅변합니다.

홍수주의보가 발령되었는데도, 턱 밑에 지대가 낮은 지하차도가 있는데도 땜질하듯 엉성하게 원상복구해서 둑이 쉬 터졌다고.

공사편의를 위해 사고지점과 가까운 곳에 임시 둑을 1m 낮추어 쌓은 게 화근이었던 겁니다.

이런 상황을 걸러내지 못하고 묵과한 청주시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주민들이 천재가 아니라 인재라고 분통을 터트리는 첫 번째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그 보다 더 어처구니없는 건 미호강에 홍수경보가 내려졌는데도 궁평2지하차도의 통행을 금지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사고당일인 15일 오전 4시10분 미호강에 홍수경보가 내려졌고 쏟아지는 비로 하천의 수위가 급격히 올라 오전 6시30분에는 경보 수준보다 높은 심각 수위까지 도달해 미호천교 통행을 금지시켰음에도 정작 지대가 낮은 궁평2지하차도 통행은 그대로 두어 통행하던 운전자들과 동승자들이 참화를 입었습니다.

궁평2지하차도는 화를 키운 제방과는 200여m 남짓한 곳에 있고 인근 논·밭보다 낮은 지대였는데도 홍수경보가 내린 뒤 4시간30여분이 지나도록 차량통제를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위기를 감지한 주민이 사고 1시간 전에 112에 위급함을 신고했는데도 차량통제를 하지 않았으니 경찰의 책임 또한 가볍지 않습니다. 경찰이나 지자체공무원들이 현장에서 교통통제를 했더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재난이었기에 오호통재입니다. 주민들이 인재라고 성토하는 두 번째 이유가 바로 통행금지 미 조치입니다.

기후변화로 혹서와 한파와 폭우와 폭설과 태풍이 언제 어디에 엄습할지 모릅니다. 그러므로 민·관·군이 하나 되어 지혜롭게 유비무환 해야 합니다. 이번 오송 지하차도 수해참사를 반면교사로 삼아 인재 없는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정부와 지자체와 공무원의 존재이유가 예 있음입니다.

끝으로 사고현장에서 밤낮없이 구조에 구슬땀을 흘린 소방공무원들과 봉사자들의 헌신에 심심한 위로와 감사의 말씀을 올리며 글을 맺습니다. 천재지변에 자유로운 이 아무도 없습니다. 남의 불운과 참사가 곧 나의 불운이고 참사입니다. 안녕과 행운을 빕니다.

/시인·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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