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의 헌법이야기
일상 속의 헌법이야기
  •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 승인 2023.07.19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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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포럼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지난 7월 17일은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고 75주년 제헌절이었습니다.

청주뿐만 아니라 충청지역의 폭우로 인한 수해로 난리통이라 수해 직후였던 제헌절이 조용히 지나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주는 우리 일상 속의 헌법을, 다음 주는 70주년 휴전협정일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일상에서 흔히 문제되는 명예훼손 관련 형사사건과 상속 개시 후 최소한의 법정상속분인 유류분(遺留分) 관련 민사사건에서 위헌(違憲) 논의가 결론났거나 진행 중인 사안을 각 소개합니다.

사례 하나, 사실 또는 허위사실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형사처벌되는데, 사실인 경우에는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명예훼손죄가 성립되지 않습니다. 언론의 자유 또는 개인의 표현의 자유에서 그 적용이 많이 문제됩니다. 사실을 적시하더라도 명예가 훼손될 수 있는데, 이는 언론기관 및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게 되어 형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에 대한 위헌 논의가 상당히 성숙되기에 이르렀습니다.

결국, 2020년 9월 헌법재판소에서 이에 대한 공개변론이 있었고(공개변론은 보통 위헌가능성이 있어 충분한 여론을 수렴할 필요가 있을 때 열립니다), 2021년 2월 9인의 헌법재판관 중 5인이 합헌의견을 내었고, 위헌의견이 4인으로 6인의 위헌의견에는 미치지 못하여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형법에 그대로 남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공공이익을 위한 언론기관의 보도나 개인의 표현이 위축되는 것은 부당할 수 있지만 위헌의견의 수가 대등하였던 점에서 장래 10년 내외로 다시 문제될 때 동 범죄에 대한 처벌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 있습니다.

다만, 은밀해야할 사생활의 영역은 사실일지라도 여전히 처벌의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여집니다. 다수 앞에서 사실을 특정한 표현으로 벌금형을 지느냐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달려 있는 일상입니다.

사례 둘,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신이 얻은 소득을 처분할 자유는 보장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지만, 사망 후에 유산이 있을 때 배우자나 직계비속 등이 상속인이 되어 재산을 취득할 권리를 민법에서 상속권으로 보장함으로써 그 처분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생전에 가족이든 타인이든 증여를 통해 재산을 처분할 수 있지만 그것으로 인해 법정상속분의 1/2(배우자 및 직계비속)에서 1/3(형제자매)만큼은 영향받을 수 없다는 최소 상속분을 유류분이라고 해서 상속인의 생존권을 보호하면서 피상속인의 재산권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는 유류분을 침해한, 생전 증여받은 사람이 유류분을 침해한 부분만큼 돌려줘야 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이에 대해서 유류분제도를 통해 상속재산의 처분을 제한함으로써 재산 형성에 기여한 적 없어 불로소득에 가까운 상속인들에 대하여까지 보호하는 것이 맞느냐라는 비판이 지속되었고, 아주 폐지할 수는 없더라도 상속인의 신분에 따라 유류분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상당히 형성되었습니다.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이 전국에 1천건이 넘게 진행 중이라고 하는데 결국 유류분반환청구의 피고가 유류분의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며 헌법재판이 진행 중이고, 최근 5월에 공개변론이 있었습니다. 이후 보통 6개월 내외로 결론이 내려질 수 있는데 유류분제도를 적절히 개선하기 위해 법무부 역시 가장 후순위의 상속권자인 형제자매를 제외하는 것으로 민법 개정안을 이미 2021년 국회에 제출한 바 있고, 형제자매만큼은 제외되는 것으로 위헌의 가능성이 높다고 보여집니다. 불로소득을 기대하는 법만능주의를 억제하는데 기여하리라 봅니다.

위 사례들 모두 헌법상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와 재산권이 일상에서 문제되는 것이고, 헌법은 마치 산소와 같아서 우리가 따로 잘 생각하지 못하고 지나치지만 헌법재판을 통해 일상에서 헌법이 늘 함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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