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속 의인들 … 손 찢기고 까져도 희망 놓지 않았다
폭우속 의인들 … 손 찢기고 까져도 희망 놓지 않았다
  • 이형모 기자
  • 승인 2023.07.18 2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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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송 지하차도서 3명 목숨 구한 화물차 기사 유병조씨
손 물집 투성이 되도록 시민 구한 정영석 증평 공무원
이진우 감물면장·연경모 주무관 - 신미선 칠성면장 등
괴산댐 월류 긴박 상황 속 일일이 문 두드려 주민 대피
유병조 화물차 기사, 정영석 증평 공무원, 이진우 감물면장, 연경모 감물면 주무관, 이재경 불정면장, 신미선 칠성면장.
유병조 화물차 기사, 정영석 증평 공무원, 이진우 감물면장, 연경모 감물면 주무관, 이재경 불정면장, 신미선 칠성면장.

 

지하차도 침수 순간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위험에 처한 다른 사람을 구한 의인(義人)들의 이야기가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지난 15일 아침 평상시와 다름없이 14톤 화물차를 몰고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를 통해 출근하던 유병조씨(44).

이 때 미호강 제방이 터지며 순식간에 많은 물이 430m 길이의 지하차도로 들이 닥치기 시작했다.

유씨는 밀려오는 거센 물살을 헤쳐 지하도를 빠져나가려던 순간 앞서 달리던 시내버스의 시동이 꺼지는 것을 목격했다.

위급한 상황임을 직감한 유씨는 버스를 밀기 위해 뒤에서 추돌했지만 버스는 밀리지 않고 자신의 화물차마저 시동이 꺼지는 상황에 처했다.

계속 밀려드는 물에 자신의 차량에도 물이 차오르자 유씨는 창문을 부수고 지붕으로 피했다. 그 순간 버스에서 휩쓸려 나온 20대 여성이 화물차 사이드미러를 간신히 붙잡고 있는 것을 발견한 그는 여성의 손을 잡아 화물차 위로 끌어올렸다.

이어 차 뒤쪽에서 얼굴만 내민 채 물에 떠 있는 남성 2명이 유씨를 향해 “살려달라”고 소리쳤다. 그는 난간을 붙잡게 한 뒤 그들을 구조했다.

위험에 처한 사람을 외면하지 않은 유씨 덕분에 3명이 소중한 목숨을 건졌다.

유씨 덕에 목숨을 건진 20대 여성 부모는 유씨를 만나 “(딸이) 저는 힘이 없으니까 이 손 놓으시라고(했는데) 끝까지 잡으셔서 그 높은 곳까지 (올려줬다) 자신도 힘들었을 텐데 포기하지 않고 구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며 울먹였다.

`남색 셔츠'의 의인으로 불린 증평군청 공무원 정영석씨도 같은 현장에서 3명을 구조했다.

정씨는 주말 출근길에 궁평2지하차도에 들어섰다. 눈 깜짝할 사이에 차도에 물이 들어차자 위험을 직감한 그는 차를 버리고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물이 턱밑까지 차오르자 그는 다시 차량 지붕위로 올라갔다. 순간 어디선가 들려온 도와달라는 소리에 주변을 살피던 정씨는 차량 지붕위로 올라오려고 애쓰던 한 여성의 손을 붙잡에 끌어올렸다. 천장에 있던 철제 구조물에 의지해 가까스로 버티다 빠져나오려고 부유물을 타고 떠다니던 그는 난간에 서 있던 화물차 운전기사인 유병조씨의 도움을 받아 목숨을 건졌다.

겨우 기운을 차린 정씨는 도와달라는 여성들의 소리를 듣고 팔을 뻗어 끄집어냈다. 3명이 정씨 덕에 목숨을 구했다.

정씨는 “저도 그분이 구해 주셨고 한숨을 좀 돌리니까 주변에 아주머니들이 도와달라고 막 그러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그분들을 끄집어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댐이 넘치려는 긴박한 상황에서 주민을 대피시켜 인명피해를 막은 괴산군 공무원들도 화제다.

주인공은 괴산군 이진우 감물면장과 연경모 주무관.

폭우가 쏟아진 15일 새벽 3시쯤 괴산수력발전소로부터 방류량을 확대한다는 연락을 받은 이들은 우선 제방에 인접한 유창리 6가구를 마을회관으로 긴급 대피시켰다.

곧바로 12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이담리를 찾아 마을 이장에게 대피 방송을 부탁하고, 관용차에 달린 사이렌을 울리며 대피를 독려했다.

주민들이 선뜻 움직이지 않자 이들은 집 대문을 일일이 두드린 끝에 주민을 모두 면사무소로 대피시키고 마지막에 마을에서 철수했다.

두 공무원과 주민들이 마을을 떠나자 마자 곧바로 괴산댐의 물이 둑을 넘었다. 자칫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두 공무원의 신속한 판단과 조치로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이재경 불정면장도 같은 시각 가가호호 방문해 잠들어 있던 주민들을 깨워서 급하게 대피시켰다.

신미선 칠성면장은 새벽 3시쯤 관내 송동리와 외사리 일원 주민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마을에 들어갔다 물이 급격하게 불어나 고립되기도 했다.

/이형모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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