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참사 재난시스템은 작동했나
반복되는 참사 재난시스템은 작동했나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3.07.17 20: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지난 주말 충청권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내린 비는 청주오송지하차도 참사로 이어졌다.

멀쩡하게 버스를 타고 가던 시민이, 자동차로 이동하던 시민이 갑자기 차오른 물에 갇혀 생명을 잃었다.

계속되는 집중호우 소식에도 안이하게 대처했던 기관들이 서로 책임공방을 하고 있지만 이번 참사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기에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다.

하루아침에 자식을 잃고, 아버지를 잃은 가족들의 울부짖음에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참담하다. 무엇이 그들에게 위로가 되겠는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야 할 일차적 책임이 있는 국가와 지자체에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청주지역의 이번 수해는 6년 전과 똑같은 일이 발생했다.

피해 규모는 차이가 있겠지만, 저지대에서 발생한 물난리라는 점에서 예방도 가능했기에 안타까움은 크다. 대책 마련이 꼼꼼하게 진행됐다면 예방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발 빠르게 기민하게 대처했더라면 인명 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이리저리 궁리하게 되는 오늘이다.

6년 전 기억을 되돌리면 그 당시 청주지역은 물 폭탄으로 초토화되었다.

무심천 주변 저지대 주택들은 물에 잠겼고, 똥물까지 차오르면서 피해 주민들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단전과 단수가 된 아파트 주민들은 인근 모텔에서 숙박을 해결해야 했고, 어린 학생들이 모텔에서 등교하던 모습은 지금도 생생하다.

이런 난리를 겪은 후 저지대지역 침수를 방지하기 위해 우수저류시설을 설치하고, 제방을 정비하고, 하천의 폭을 넓히는 작업을 해왔지만 또다시 쏟아진 폭우를 예방하지 못하고 인명참사까지 더 큰 피해로 이어졌다.

재난에 대한 원인 분석과 대응에도 또다시 6년 전의 참사가 반복된 것은 왜일까.

첫째는 정부나 지자체의 대응마련이 미온적이거나 부실한 면을 꼬집지 않을 수 없다. 오송지하차도 참사가 발생하기 전 금강홍수통제소에서 흥덕구청에 주민대피를 요청했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국가재난안전통신망이 정상적으로 작동되었는지도 따져봐야 할 것이다.

둘째, 재난을 책임지는 국가기관의 부재다. 크고 작은 재난이라도 분명하게 책임 소재를 찾아내 엄단하지 않으면서 후진국형 참사가 반복되고 있다. 참사가 일어날 때마다 책임을 회피하고 책임을 떠넘기며 책임공방을 하는 현실이 되풀이되는 한 굳건한 국가재난시스템은 요원한 일이다.

그런가 하면 재난대응이나 대처가 급변하는 기후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피해를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기후위기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지구온난화 현상이 가중되면서 빙하가 녹아내리고, 이로 인해 해수면 상승과 수중기 발생량의 증가는 집중호우를 가져오는 원인이 되고 있다. 더구나 지구온난화로 인한 대기 불안정은 극심한 폭염과 폭우로 이어져 지구촌 자연재해 발생률을 높이고 있다.

그럼에도 재난을 예방해야 할 재난시스템은 이 같은 기후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야 할 국가재난안전시스템 대신 시민들이 트위터나 SNS에 올리는 현장 사진들이 재난 속보를 대신하고 있다. 이는 첨단 과학기술시대라고 하면서도 생존을 위협하는 재난 관련 기술투자는 도외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삶터가 불안해지고 재난 발생률이 증가하면서 긴급재난상황에 잘 대처하는 나라가 선진국인 시대다. 더이상 재난에 미숙하게 대응함으로써 재난을 재앙으로 키우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