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치앙라이 사람들
태국 치앙라이 사람들
  • 정인영 사진가
  • 승인 2023.07.17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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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정인영 사진가
정인영 사진가

 

태국에서 미얀마로 넘어가는 지역, 사람들의 도시로 일컫는 차앙라이에 갔다.

세상이 좀 더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믿음이 가게 해주는 치앙라이는 웃음을 잃지 않는 소박한 삶의 진실에 울림을 주는 의미 있는 도시였다.

얼핏 가난 속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하는 그곳 사람들은 우리에게 희망의 가능성을 가질 수 있는 따스한 정감을 주는 동시에 삶의 존엄성을 일깨워 주는데도 충분했다.

내 삶의 감각을 일깨워준 그 사람들은 하나같이 정겨워 보여 어둡고 고단함을 읽을 수 없었다.

치앙라이 도착 사흘째 되는 날부터 게스트하우스를 나와 새벽시장에 갔다.

큰길에 채소, 과일, 육류와 나물 등 온갖 물건을 펼쳐져 있었고, 이를 사러 온 사람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통하지 않는 말을 주고받으며 자연스럽게 친근감이 생겨났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자 낯익은 얼굴들을 자연스럽게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카메라를 전혀 의식하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포착됐다. 카메라에 담기고 담긴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을 찍으라고 권유하기도 하고, 나름대로 즐겁고 행복함의 진솔한 얼굴을 해주는 등 그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빠져들어 가고 있었다.

앳된 소녀에서 젊은이 새색시로, 중장년을 포함한 나이 지긋한 여인들의 모습을 담을 수 있는 새벽시장은 잠을 밀쳐낼 정도니 즐겁기 그지없었다.

열이레쯤 되던 날 의외의 사람을 만났다.

자그마한 키의 중년남자가 시장 가운데로 걸어오는데, 음악 소리가 있는 조그만 스피커를 목에 걸고 지팡이로 땅을 짚어가면서 도움을 청하는 듯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었다.

얼핏 보아도 세상을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인 것 같은데도 가난한 삶에 찌들어 보이지 않는 듯 무표정하기만 했다.

시장과 시장 근처에서 탁발 수행스님에게 정성껏 준비한 것을 시주하는 신도들도 만났다.

신도에게 시주를 받은 스님이 신도에게 기도해 주시는 경건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부처님과 그 신도에 대한 존경심을 다시금 일깨울 수 있었다.

새벽시장을 오가면서 만난 노숙여인도 잊지 못할 사람이다. 길가 이불 속에서 활짝 웃는 얼굴로 반겨주는 그 모습이 어찌나 행복해 보이던지 보는 눈을 의심할 정도였다.

깨끗한 이불도 이불이려니와 근심 걱정이란 어느 한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노숙 여인의 행복해 보이는 얼굴이 지금도 생생하기만 하다.

만남은 우연을 전제로 하는 말이라지만 그 우연히 우연으로 끝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만났으니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고 만나지 못했으면 사진으로 찍지 못했을 것이다.

주어진 대로 열심히 살아가는 치앙라이 새벽시장에서 만난 사람들이 고맙기 이를 데 없다.

비록 찍은 솜씨가 세련되어 있지는 못하다 하더라도 연출한 것도 아니고, 보이는 그대로 내 카메라에 들어와 현장감 있는 얼굴로 볼 때마다 이보다 더한 보람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을 지울 수 없다.

기록된 태국 치앙라이 새벽시장에서 만난 그 사람들은 살아가고, 일하고, 즐기면서 인생의 확고한 행복신념을 갖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끝으로 언제 한번 해외에 갈 어떤 꿈도 꾸지 못할 나에게 이번 태국 사진작업을 할 수 있게 도움주신 회정스님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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