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잇고 변화·트렌드 추구 … 학술·문화 중심지 거듭
전통 잇고 변화·트렌드 추구 … 학술·문화 중심지 거듭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3.07.17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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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기록문화유산 직지
청주의 미래유산 C-콘텐츠로
④ 콘텐츠로 채운 BNF, 그리고 파리
가고 싶은 도서관 여행 투어 인기 … 전시회 등 다채
과감한 예산 들여 다양한 컬렉션·문화 프로그램 운영
홍보 담당 피오나 “직지 연구 협력 … 관련사업 확대”
청주 흥덕사 주변 직지 특구 지정에도 시민들 외면
관련 전시관도 없어 … 고인쇄博 중심 콘텐츠 개발해야
파리국립도서관
파리국립도서관
파리 도심에서 '음악의 날' 거리 공연 모습
파리 도심에서 '음악의 날' 거리 공연 모습

 

청주가 `직지의 부재'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결국은 콘텐츠다. 다양한 콘텐츠로 가득 채운 BNF(프랑스국립도서관)와 파리에서 직지를 콘텐츠화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파리를 취재하며 가장 특이했던 것은 여행 투어 중 도서관 투어였다. 세계 제1의 관광도시로 볼거리가 넘쳐나는 파리에서 도서관 투어가 인기있다는 것부터가 신선했다. `여행하기 좋은 파리 도서관'이 소개될 정도로 다양한 콘텐츠가 도서관에 있었다.

BNF는 미테랑 도서관, 리슐리외 도서관, 아스나 도서관, 오페라 도서관, 장빌라드 도서관 5곳 모두를 통칭한다. 직지가 전시된 BNF 미테랑 도서관은 지하철과 연결돼 외국인도 찾기 쉬웠다. 중세 고건축이 즐비한 파리 도심에서 네 개의 기둥으로 된 현대건축물은 책을 펼쳐놓은 것처럼 설계해 상징성을 드러냈다. 또 도서관 중앙에는 숲을 조성해 책과 힐링의 이미지를 건축 요소로 보여줌으로써 가장 가고 싶은 도서관으로 꼽히고 있다. 책을 읽고 공부하는 단순한 도서관 기능만이 아니라 전시회, 연주회, 콘퍼런스를 열어 학술과 문화의 중심지로 거듭나고 있다.

이처럼 재미없고 지루한 도서관이 여행 콘텐츠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과감한 문화정책과 예산 투입이다. 미테랑 대통령은 프랑스 혁명 200년을 기념해 세계 최대의 현대적인 국립도서관 건립을 선언하면서 7년간 1조2000여억원을 투입해 도서관을 완성했다. 설계 때부터 사람과 미래에 방점을 둔 BNF는 시민 커뮤니티 공간으로 변모시키며 예술의 도시 파리의 품격을 담아냈다. 세계적인 관광도시 파리조차 도서관을 시민 공간으로 바꾸고 다양한 컬렉션과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해 관광콘텐츠로 활용하고 있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건축물 못지 않게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도 철저하다. 전시 콘셉트가 확실하다. 직지가 전시된 `인쇄하다! 구텐베르크의 유럽' 전도 BNF가 얼마나 진정성 있게 준비했는지 공간 구성만으로도 느껴졌다. 연구자와 기획자, 홍보기관의 철저한 분업을 통해 전문 영역을 존중하는 조직체계는 BNF 직원들의 자긍심을 높여주고 있었다.

BNF 언론 홍보 담당 피오나(fiona)는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이 많은 논의를 한다. 학생들의 현장 학습은 도서관 일상이다. 지난해 개최한 전시에도 8만2000명의 관람객이 방문했다”며 “금속활자를 바탕에 두고 세계 인쇄문화의 역사를 보여주는 이번 전시에는 관리 인력이나 예산을 다른 전시보다 2배 이상 투입했다. 한국과 프랑스가 공동으로 직지를 연구하고 있는데 협력 분위기가 조성된 만큼 직지와 관련된 사업도 더 추진될 것이다”고 전했다.

이처럼 파리 중심부에서 `직지 다시보기'가 진행되면서 직지 원본이 지닌 가치를 더 빛나게 해주는 콘텐츠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직지 원본을 보관하는 BNF 공간의 힘, 그리고 타국의 문화재를 대하는 도서관 관계자들의 자세, 시민 공간으로 활용되는 콘텐츠 사업들은 직지의 감동을 넘어 또 다른 감동이었다.

파리 뮤지엄 패스.
파리 뮤지엄 패스.

 

도서관을 나오자 센강은 주변은 물론 도심 곳곳에서 공연이 열렸다. 이 날은 `음악의 날'로 누구나 아무 곳에서 어떤 공연을 해도 허락된 날이라고 한다. 주변 상인들도 이날만큼을 같이 즐기며 영업을 한다. 각국 재불 문화원은 자국의 전통음악을 들려주는 공연도 하는데 마침 퐁피두센터 앞에서 만난 동호회 사물놀이팀은 파리 관광객들에게 K-전통음악을 뜨겁게 들려주고 있어 가슴 뭉클하게 만들었다.

파리는 음악의 날 외에도 영화의 날을 지정해 할인된 유료권으로 다양한 영화를 마음껏 관람하도록 즐길 거리를 제공한다. 또한 교통을 연결하는 교통할인 패스권, 미술관과 박물관을 관람할 수 있도록 2일권 4일권 6일권 프리패스카드를 판매해 관광객들의 비용부담을 덜어주며 많은 이들이 관광할 수 있도록 파리를 콘텐츠화하고 있다.

▲(왼쪽) BNF 언론 홍보 담당 피오나, ▲(오른쪽) 직지 분석 모습.
▲(왼쪽) BNF 언론 홍보 담당 피오나, ▲(오른쪽) 직지 분석 모습.

 

이처럼 세계 관광도시 파리의 명성은 그냥 얻어진 게 아니다. 파리도시 전체가 미술관이요, 박물관이라는 별칭이 세계인들에게 통용되는 데에는 고유한 전통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변화와 트렌드를 받아들여 독특한 자기들만의 콘텐츠로 변모시키는 탁월한 감각 때문이다.

반면 직지의 고장 청주의 현실은 직지의 위상을 높여주기엔 부족하다. 파리와 청주를 단순하게 비교할 순 없지만 `직지 전시관' 하나 없는 청주가 직지의 고장을 표방하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직지를 발행한 흥덕사 주변을 직지특구로 지정해 특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시민들과의 거리는 멀다. 직지 콘텐츠가 성공하려면 누구나 가고 싶고 보고 싶은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파리가 에펠탑 하나로 유럽의 그 많은 도시와 변별되듯 직지 역시 청주고인쇄박물관을 중심으로 운천동 일대를 콘텐츠로 무장하는 방안이 모색돼야 할 것이다.

/연지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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