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구만 만들면 지상낙원되나
특구만 만들면 지상낙원되나
  • 박병모 기자
  • 승인 2007.10.05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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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박 병 모 <부장 진천>

참여정부가 출범한 이후 충북을 비롯한 전국에 특구가 넘쳐나고 있다.

인천 경제특구 같은 국가특구에다 2004년부터 지정한 특구만도 72곳이나 되고 그 수는 무려 100개에 육박했다.

음성 다올찬수박특구, 제천 약초웰빙특구 등 충북에도 곳곳에 특구가 들어섰고, 전국적으로도고추장·인삼·사과·대게·녹차 등 웬만한 특산물만 있으면 지역특구로 지정됐다.

최근에는 행정자치부가 전국 30개 마을을 '살기 좋은 특구'로 지정해 교육·의료·환경·주택 등의 면에서 고품격 생활여건을 조성하겠다고 한다.

행자부가 특구지정 대상으로 꼽은 마을을 살펴보면 이미 주민 스스로 지역특성을 살려 각종 특화사업을 벌이고 있는 곳이 많다.

보은의 생태마을과 강진의 청자마을, 함평의 나비마을이 그렇다.

행자부는 특구로 지정되면 47개 법률, 97개 특례 가운데 필요한 특례를 선택해 규제를 풀어주겠다고 한다.

이렇게 하면 해당지역에 대한 규제가 풀려 진정 살기 좋은 지역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살기 좋은 지역이 과연 특구로 지정돼야만 가능한 일인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규제를 풀어서 살기가 좋아진다면 왜 다른 곳의 규제는 풀지 못하는가.

특구로 지정받지 못한 나머지 지역은 그냥 살기 나쁜 지역으로 남아 있어야 하는가.

행자부가 규제를 풀어주겠다는데 딴지를 걸자는 게 아니다. 정부 스스로가 인정하듯 거미줄처럼 얽힌 각종 규제는 이제 삶의 질을 좌우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럴 바에야 특구를 늘릴게 아니라 전국의 규제를 푸는 게 낫지 않은가. 특구만 특별히 잘사는 곳이 아니라 전국이 살기 좋은 곳이 돼야 하지 않겠는가.

사실, 정부가 특구를 조성하는 것은 균형발전을 도모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특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껍데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충북에 조성된 8개 시·군의 각종 특구만 보더라도 특구지정 이후 정부가 지원하는 혜택은 거의 없다.

괴산군의 경우 지난 2005년 청정고추산업 특구로 지정돼 고추유통센터와 고추가공공장, 고추재배농지 449필지가 특구지역으로 지정됐지만, 혜택이라곤 규제가 조금 완화됐을 뿐이다.

고추세척기, 건조기 등 농가에서 신청하는 농기계 구입비를 괴산군 자체예산에서 보조하고 있는 실정이다.

석회산업발전 특구로 지정된 단양군도 마찬가지다.

한 지역방송의 보도에 따르면 석회산업업체의 입주에 필요한 지방산업단지를 조성할 경우 무연고 분묘에 대한 강제이장 공고시한을 3개월에서 2개월로 단축해준다는 내용이 고작이다.

묘목산업 특구로 지정된 옥천군은 140에 조성된 재배단지를 늘릴 계획이지만, 특구조성 이후 인근 땅값이 급격히 상승했기 때문에 토지를 추가매입하기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전 국토의 특구화로 균형발전을 꾀한다는 정부방침이 자치단체에는 사업비지원 한 푼 없는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다는 얘기다.

12월 대선 결과에 따라 특구와 관련된 정부 정책이 요동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특구지정을 추진 중인 자치단체나 이미 조성한 특구를 살리기 위해 묘안을 짜내고 있는 자치단체들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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