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범이 왜 저기에” 주저앉아 오열 “저안에 못 들어가나요” 발만 동동
“아범이 왜 저기에” 주저앉아 오열 “저안에 못 들어가나요” 발만 동동
  • 정윤채 기자
  • 승인 2023.07.16 2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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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수사고 현장 애끓는 실종자 가족 … 구급차 막고 시신 확인도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앰뷸런스를 막고 시신 신원 확인을 요청하고 있다. /뉴시스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앰뷸런스를 막고 시신 신원 확인을 요청하고 있다. /뉴시스
(왼쪽)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참사가 발생하기 9분전쯤인 지난 15일 오전 8시31분 이곳을 지나던 운전자가 찍은 범란한 미호천 물줄기가 농경지를 넘어 지하도로 들이치고 있다. /독자 제공
▲(왼쪽)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참사가 발생하기 9분전쯤인 지난 15일 오전 8시31분 이곳을 지나던 운전자가 찍은 범란한 미호천 물줄기가 농경지를 넘어 지하도로 들이치고 있다. /독자 제공 ▲(오른쪽)16일 오전 11시쯤 소방당국 등이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사고 현장에서 배수·수색 작업을 진행 중이다. /충북도소방본부 제공 

 

16일 오전 11시30분.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사고 현장은 그저 참담했다.

바쁘게 오가는 구급대원들과 현장 관계자들 뒤로 언뜻언뜻 흙탕물로 가득찬 지하차도가 눈에 보였다.

그 옆으로는 배수 작업으로 지하차도에서 빠져나온 물이 마치 폭포수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현장을 찾은 실종자 가족들은 현장 앞을 통제하고 있는 경찰들 너머로 지하차도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지하차도까지 향하는 길에 울며 주저앉았다 다시 일어나길 반복하는 여성도 있었다.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여성은 양 옆에 선 다른 가족들의 부축을 받으며 힘겹게 발걸음을 뗐다.

“아범이 왜 저기에…”

두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린 채 꺽꺽 소리를 내며 우는 여인을 보며 현장에 있던 이들 중 몇몇은 고개를 떨궜다.

이어 다른 실종자 가족도 현장에 도착했다.

초조한 눈빛으로 통제선 앞까지 도달한 젊은 남녀는 현장을 통제하는 경찰 한 명을 붙잡고 연거푸 질문을 이어갔다.

“지금 안으로 못 들어가는 거예요?” “대체 물이 언제 다 빠지는 건데요. 기사에선 12시면 다 빠진다고 했는데…”

몇몇 실종자 가족은 수습한 시신을 싣고 병원으로 향하는 앰뷸런스를 몸으로 가로막고 신원 확인을 요청하기도 했다.

반면 불과 몇 분 차이로 가까스로 변을 피한 이도 있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택시기사 이성길씨(청주시 흥덕구)는 전날 지하차도가 완전히 물에 잠기기 몇 분 전 이곳에 있었다고 했다.

손님을 태우고 지하차도에 거의 다다랐을 무렵, 도로를 역주행해 이곳을 빠져나가는 몇몇 차들과 지하차도 바로 앞에서 옴싹달싹 못하는 승용차를 본 그는 급히 차를 돌려 역주행 대열에 합류해 사고를 피했다.

이씨는 “처음엔 물에 잠기고 있는지도 몰랐고 그저 앞에 사고라도 났나 싶었다”며 “택시기사로 15년을 일했지만 그런 광경은 처음”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앞서 전날 오전 8시40분쯤 무너진 제방을 타고 미호강에서 쏟아져 들어온 물로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가 침수돼 차량 15대가 고립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16일 오후 5시 기준 9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다.



/정윤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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