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주인 4
암환주인 4
  • 무각 스님 괴산 청운사 주지
  • 승인 2023.07.13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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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무각 스님  괴산 청운사 주지
무각 스님 괴산 청운사 주지

 

지수화풍 사대로 된 몸
원래 주인이 없고
색수상행식 오음으로 된
몸은 본래로 공한지라.
머리에 칼날이 다다르니
마치 봄바람을 칼로 베는 것 같네.

반갑습니다. 괴산 청운사 여여선원 무각입니다. 연이은 장마비가 그치면 초록의 여름이 오겠습니다. 이 시간에 탁마할 공안은 단도직입형 공안인 무문관 제12칙 암환주인 4.입니다.

암환주인에 등장하는 서선사는 깨달음이란 특별한 것이 아니라 바로 자신의 삶을 주인으로 살아가는 데 있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기에 선사는 단순히 `주인'이라고 말하지 않고 여기에 존경을 뜻하는 `公字'(공자)를 붙이고 있습니다.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된 다는 것은 이미 그가 부처가 되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지요. 그러니 어떻게 부처님께 존경과 예경을 표하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진정한 주인은 타인을 노예로 부리지도 않으며. 타인을 노예로 부리는 사람은 겉으로는 주인처럼 보이나 사실은 그 사람 또한 노예에 지나지 않습니다.

만약 타인이 꼭 밥을 차려주어야 밥을 먹을 수 있다면, 우리는 그 사람에게 의존하게 되지 않습니까?

예를 들어 타인이 운전을 해주어야만 길을 떠날 수 있다고 한다면 우리는 그 사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게 된다는 말입니다. 타인을 노예로 부리는 사람은 겉보기에 주인처럼 보이지만 그 또한 자기가 부리는 사람의 노예로 전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지금 당신은 이 순간에 주인공으로 살고 계십니까? 아니면 손님으로 살고 계십니까? 대승이 꿈꾼 화엄의 세계는 각자의 개성이 만개하는 곳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자신의 존귀함을 모르고 살아가고 있다면 이는 마치 자신이 백조인지 몰랐던 안데르센 동화 속의 미운 오리새끼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것과 같다는 말이지요.

누군가에게 예속된 삶인 마마보이 식의 사랑이 자신과 어머니이든 아내이든 사랑하는 타인 모두에게 주인공의 삶이 아닌 비극적인 종말을 초래하게 되어버리듯이 말이지요.

다음 시간에는 무문관 제12칙 암환주인(庵喚主人) 5.를 보겠습니다. 무각스님과 함께하는 무문관 공안으로 보는 종횡무진 자유로은 선(禪)과 함께하는 모든 분들이 행복하시고 여여하시길 두 손 모아 기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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