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서유지선은 우리 사회를 연결하는 `조화의 선'이다
질서유지선은 우리 사회를 연결하는 `조화의 선'이다
  • 박원규 충북경찰청 경비과 경비경호계 경위
  • 승인 2023.07.13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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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규 충북경찰청 경비과 경비경호계 경위
박원규 충북경찰청 경비과 경비경호계 경위

 

선(線)은 보통 서로를 구별 짓는 경계나 한계를 설정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한 경계나 기준을 통해 침범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그 약속을 통해 서로간의 신뢰가 형성되는 것이다

집회 현장에서도 폴리스라인으로 알려진 질서유지선은 쉽게 볼 수 있다. 집회 특성상 많은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이기 때문에 집회 참가자는 물론 다른 시민들의 안전과 질서를 위해 필요하고 그로 인해 지켜지는 것들은 생각보다 많다

집회 참가자들의 도로 점거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시민들에게 돌아가게 되고 그 경제적 손실 또한 막대하다. 질서유지선을 통해 이러한 상황들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으며,

질서유지선을 통해 일반 시민들의 통행로를 확보할 수 있다. 질서유지선이 설치되지 않는 경우 보행자들이 집회장소를 우회하기 위해 차도로 통행하는 상황도 생기고 이는 교통사고로 연결될 수도 있다.

또한, 집회에 불편을 느낀 시민과 집회참가자 간 충돌을 방지할 수도 있고, 집회 참가자들과 의견을 달리하는 단체의 방해행위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질서유지선 내에서의 집회는 적법한 집회이고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질서유지선을 형식적으로만 설정하는 것은 아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은 집회 신고를 받은 관할 경찰관서장은 집회 및 시위의 보호와 공공의 질서유지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최소한의 범위를 정하여 질서유지선을 설정할 수 있으며, 이를 침범하거나 파손하는 경우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5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는 처벌조항이 있으나 실제로 적용되는 사례는 많지 않다

언론을 통해 미국의 경우를 보면 질서유지선을 침범한 사람은 경찰관이 현장에서 바로 수갑을 채우고 연행한다. 집회시위 등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미국이지만 질서를 위반한 사람에게는 강경하게 대응을 하고, 위반한 사람도 당연하다는 듯이 경찰의 연행에 순순히 응하는 모습이다.

많은 사람들은 질서유지선을 규제나 통제의 의미로만 인식하고 있다. 실제로는 집회참가자와 시민들의 안전과 권리를 보장하는 서로에 대한 신뢰이자 반드시 지켜야 할 약속인데도 말이다.

질서유지선은 건전하고 선진화된 집회·시위 문화의 정착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이며 이를 준수함으로써 표현의 자유와 개개인의 권리 모두를 존중하는 문화의 첫걸음이다. 그런 의미에서 질서유지선은 법 위반시 주체와 객체가 분리되어 `처벌'이라는 의미가 먼저 떠올라 수동적으로 지켜지는 `규제의 선'이 아니라 우리를 하나로 통합하고 조화롭게 하는 `조화(調和)의 선'이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기에 앞서 자발적으로 준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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