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gwon(학원)
Hagwon(학원)
  • 김금란 기자
  • 승인 2023.07.12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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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바빠서 자주 못 올 거예요.”

조카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했던 말이다.

아이들도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바빠진다는 사실을 안다. 구태여 가르칠 필요가 없다. 인생 7년 차 조카도 당연한 듯 받아들이는 것이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이다.

미국 방송 매체인 CNN은 이달 초`한국이 출산율 위기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8시간짜리 시험에서 킬러 문항을 없앤다'라는 제목의 서울발 기사를 보도했다.

CNN은 한국의 교육 당국이 수능에서 `킬러 문항'배제하겠다는 방침과 함께 한국 사회의 사교육 과열에 따른 부작용을 조명했다. 특히 CNN은 한국 학생들이 다니는 학원을 영어로 번역하지 않고 발음 그대로 적은 `Hagwon'으로 표기하면서 “한국에서는 학생들이 학교 수업이 끝나면 곧바로 저녁에 학원에 가고 집에 와서도 새벽까지 공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라고 전했다.

또한 “아기가 걷기 시작할 때쯤이면 많은 부모가 이미 사립 엘리트 유치원을 찾기 시작한다”며 “지난해 한국인은 사교육에 총 200억달러(약 26조원)을 지출했는데 이는 아이티(210억 달러)와 아이슬란드(250억 달러)와 같은 국가의 국내총생산과 맞먹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유년시절 방학이 시작되면 친척집 순례를 다녔다. 외가를 시작으로 이모, 고모, 사촌 집까지 오라는 곳은 없어도 갈 곳은 많았다.

감자, 고구마, 옥수수, 오디 등 먹을 게 지천으로 널린 시골에서 해가 뜰 때부터 해가 질 때까지 놀기만 했다.

나이 들어 돌아보니 유년 시절의 추억은 흘러간 시절이 아니라 현재의 삶을 지탱해 주는 힘이다.

요즘은 어떤가.

학생들의 하루해 역시 짧다. 학기 중에는 학교 수업을 마치면 시곗바늘처럼 교과별로 사설학원으로 향한다. 저녁 식사는 학원 근처 편의점이나 패스트푸드점에서 해결한다.

밤늦은 시간 집에 돌아와도 기다리는 것은 학원 숙제와 인터넷 강의다. 방학이면 더 바쁘다.

오전부터 시작되는 학원수업이 기다리고 있다. 온종일 이 학원, 저 학원 옮겨다닌다. 극한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학생들은 학원에 매달린다.

2018년 영국 BBC는 평창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17살 한국계 미국인 클로이 김을 바라보는 한국인들의 엇갈린 반응을 보도한 바 있다. 당시 BBC는 “클로이 김의 아버지가 딸의 금메달 획득을 `아메리칸 드림'이라고 묘사했지만 일부 한국 누리꾼들은 캘리포니아에서 사는 그녀가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금메달을 딸 수 없었을 것이라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BBC는 이어 “클로이가 한국에서 자랐다면 종일 셔틀 타고 학원 뺑뺑이나 돌고 있었을 것이다. 금메달 따니 어떻게라도 엮어보려고 하지마라”라고 적은 한 누리꾼의 SNS 글을 소개했다.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은 26조원이다. 전년도(23조4000억원)에 비해 2조5000억원(10.8%) 증가했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1만원, 전년(36만7000원)보다 11.8% 증가했다.

국제금융협회가 공개한 세계 부채(Global Debt) 보고서를 보면 올해 1분기 세계 34개국(유로 지역은 단일 통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은 한국이 102.2%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홍콩(95.1%), 태국(85.7%), 영국(81.6%), 미국(73.0%) 순이었다. 집 대출금 갚고 사교육비 빼면 통장이 `텅장'이 될지언정 포기할 수 없는 게 자녀 교육이다.

교육부가 공교육 강화 방안으로 책임교육학년제를 운영하고 EBS 유료 강좌(중학 프리미엄)를 무료로 전환하며, 수준별 학습 콘텐츠도 대폭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다. 공교육이 무너지고 사교육 시장이 비대해 진 후 내놓은 정책이니 사후약방문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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