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는다는 것
늙는다는 것
  • 김태봉 서원대 중국어과 교수
  • 승인 2023.07.10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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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봉 교수의 한시이야기
김태봉 서원대 중국어과 교수
김태봉 서원대 중국어과 교수

 

나이 먹은 사람들은 어릴 적 철없을 때가 제일 좋았다고 말하곤 한다. 따지고 보면 그때는 나이 먹는다는 의미를 모를 때이다. 사춘기를 지나 성인의 나이로 접어들면서 차츰 무상한 세월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무상감은 더 강하게 다가오기 마련이다.

동진(東晋)의 시인 도연명(陶淵明)은 인생 말년에 든 심경을 특유의 담담한 어조로 말하고 있다.


잡시(雜詩)

昔聞長者言(석문장자언) 예전에 어른들 말을 들으면
掩耳每不喜(엄이매불희) 귀를 막고 매번 듣기 싫었다네
奈何五十年(내하오십년) 나이 쉰이 된 것을 어찌하나?
忽已親此事(홀이친차사) 나도 모르게 잔소리하고 있으니
求我盛年歡(구아성년환) 한창때 즐거움 찾지만
一毫無復意(일호무복의) 조금도 그 기분 되돌릴 수 없고
去去轉欲速(거거전욕속) 갈수록 더 빨라지려 하네
此生豈再値(차생기재치) 이 삶을 어찌 두 번 만나겠는가?
傾家時作樂(경가시작락) 집이 기울더라도 때맞추어 즐겨야지
竟此歲月駛(경차세월사) 마침내 이 세월은 흘러가고 말 테니
有子不留金(유자불유금) 자손에게 재산을 남기려 마시게
何用身後置(하용신후치) 죽은 후의 조치는 해서 뭣 하나

누구나 어린 시절에는 나이 든 어른들이 훈계조로 말하는 것을 듣기 싫어한다. 그러다가 자신이 그 나이가 되면 자신도 모르게 어린 사람들에게 똑같은 말들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나이에 따라 세상에 대한 느낌이 달라지지만 가장 큰 것은 아무래도 무상감이다.

어릴 적 즐거움은 아무리 찾으려 해도 찾아지지 않는다. 이미 나이가 들어 그때 기분이 되지 않기 때문이리라. 나이가 들수록 세월 가는 게 점점 빨라지는 것을 느끼고 이 삶은 결코 다시 만날 수 없음을 알게 된다. 그러니 삶의 모든 순간을 즐기는 것이 최선이다. 집의 가세나 자식들에게 남길 재산 따위에 신경을 기울일 필요가 없다. 어차피 자신에게 남은 세월은 빠르게 달려가고 말 것이니 살아 있는 모든 날을 즐겨야 한다. 죽고 난 뒤의 일을 미리 조치하는 것은 어리석은 인생 낭비에 불과하다는 것이 시인의 생각이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의 삶의 양태는 거기거기일 것이다. 사는 환경과 방식이 아무리 바뀌어도 바뀌지 않는 것은 삶의 무상함이다. 어릴 때는 느끼지 못하던 무상감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 커지게 마련이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삶의 매순간을 즐기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서원대학교 중국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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