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 감성 속으로! 전주 시티여행
시절 감성 속으로! 전주 시티여행
  •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 승인 2023.07.06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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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그릇에 담긴 우리 이야기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전주에는 전주 경기전이 있고, 한옥마을이 있다. 하여 전주를 걸으며 보고, 먹고, 마시는 술로시티로 즐기기로 했다. 햇살이 뜨겁지만 상쾌함을 주는 시원한 바람이 있다. 전주 경기전을 에워싼 우람한 은행나무길, 태조로를 지키는 회화나무,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느티나무 이 모든 것이 본연의 색을 발할 때를 상상해 보면 누가 걷기를 주저하겠는가.

전주가 나의 뇌리에 깊이 들어온 것은 우리 아이들이, 북한의 김정은도 무서워 벌벌 떨게 한다는 중학교 사춘기 시절이다. 방학을 이용해 아이들끼리만의 첫 여행을 제안했을 때 서슴지 않고 정한 곳이 전주다.

또 다른 경로는 역사서와 매스컴이다. 조선의 개국을 공부하자면 경기전을 만나게 된다. 조선 3대 왕 태종이,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어진을 모시는 진전을 서울과 외방 3곳(완산, 계림, 평양)에 세우고 어용전(御容殿)이라 했던 것을 세종이 소재지마다 이름을 달리 명명했다. 그중 조선 왕실의 관향인 전주는 `나라의 국성(國姓)이 탄생한 경사스러운 터'라 하여 경기전(慶基殿)으로 고쳤기에 지금까지 `전주 경기전'으로 부르고 있다.

더불어 경기전 주변은 기와지붕과 돌담이 주는 예스러운 아름다움을 풍기는 한옥마을이 있다. 텔레비전을 통해 보여주는, 기와지붕 처마 아래에서 푸짐하게 한 상 차려 나오는 전을 안주 삼아 막걸리를 먹는 풍경은 전주를 꼭 가보리라 다짐하게 했다.

전주하면 또 하나의 대표적인 음식인 비빔밥! 하얀 쌀밥 위에 볶거나 무쳐 올린 갖은 나물을 젓가락으로 술술 휘저으며 비비는 재미와 매콤한 고추장 맛이 묻어나는 비빔밥은 언제 먹어도 질리지 않는 음식이다. 그 맛을 좌우하는 요인 중 7할 이상을 나는 밥에 둔다. 밥을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그렇다. 고슬고슬하고 윤기 흐르며 쌀 내가 품어져 나오는 밥! 그런 밥이면 반찬의 무성의함도 개의치 않는다.

맛있는 식사 후 한옥마을을 거닐었다. 좁다랗고 굽이진 돌담이 있는 골목길은 우리의 발길을 잡아끌기에 충분했다. 바깥나들이가 여의치 않던 여인들이 세상을 슬며시 엿볼 수 있던 담장, 오히려 지금은 행인이 그들의 삶이 어땠을지를 궁금해하며 기웃거리는 경계선이 되었다. 시간의 흐름이 주는 아이러니다. 골목을 그득 채운 건 사람만이 아니다. 튀김, 볶음, 지짐에서 흩어져 나오는 현란하고도 자극적인 길거리 음식의 내음도 함께 있었다.

타지에서 우연히 얻는 볼거리 먹을거리는 여행의 재미를 한결 풍성하게 해 준다. `술로시티 전주빵맥' 옆 `술시'가 그랬다. 술시(酒詩)는 서구에서 온 맥주 도가인 `전주빵맥'의 옆집에 있는 전통주를 빚는 양조장이다. 흔한 형광등 입간판 대신 건물 외벽 전체에 걸린 `술시'라 쓴 녹슨 철판 글자 조형물은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하는 전통주의 이미지를 멋지게 표현하고 있었다. 거나하게 술에 취한 듯 흘림체로 쓰인 `술시'와 사장님의 친절은 술꾼들의 감성을 출렁이게 했다. 그 멋에 홀린 우리는 가볍게 문턱을 넘어 들어갔다가 청주 한 병을 가슴에 품고 나왔다.

여행은 익숙함에서 벗어나 새로움을 찾는 행위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떠나든 느닷없이 떠나든 기대하는 것은, 그곳에서만 느끼는 낯섦을 보는 것일 것이다. 안정적인 속도로 익숙한 사람들과 함께 만나는 타지의 생경함이 나의 뇌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여행이었고 다음의 여행길도 그러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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